요즘 삼성 4번 타자 최형우(29)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선수가 지난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했던 그 선수가 맞나.' 그 최형우가 지금의 최형우 맞다. 지난해 그는 홈런 30개와 118타점으로 1위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초반이지만 최형우의 개인 성적표는 초라하다. 삼성이 치른 2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 107타석 17안타 9볼넷 7타점 무홈런을 기록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 8일 부산 롯데전부터 최형우의 타순을 4번에서 5번으로 조정해줬다. 10일까지 롯데와의 3연전에서 최형우는 14타수 2안타 무타점 무홈런이었다. 10일 롯데전 3차례 득점 찬스에서 한방을 때려주지 못했다. 6타수 무안타였고, 결국 삼성은 롯데와 연장 12회 접전 끝에 2대2로 비겼다.
삼성을 대표하는 중심타자인 최형우에게 기회를 더 주어야 할까, 아니면 쉬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최형우가 고개숙이면서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마다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깊어진다.
▶계속 기회를 더 주는 수밖에 없다
삼성은 롯데와의 3연전에서 2승1무로 선전해 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난 6일 대구 한화전에서 채태인(삼성)이 어이없는 수비 실수를 하면서 달아올랐던 팬들의 분노도 가라앉았다. 채태인은 롯데전 3경기에서 선발 제외됐다. 이제 문제는 최형우다.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4번을 박석민에게 맡기고, 최형우가 5번으로 내려왔다. 타순을 더 밑으로 내릴까도 고민했지만 그래도 4번 타자의 자존심을 고려했다. 간간히 안타를 쳐주면서 살아날 기미도 보였다.
최형우는 지난 한 해 반짝 잘 한 스타가 아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홈런 20개 이상씩을 쳐줬다. 2군과 방출을 통해 눈물젖은 빵을 먹어봤다. 그래서 이런 슬럼프를 스스로 극복할 줄 안다고 삼성 코칭스태프는 믿고 있다. 검증이 끝난 선수이기 때문에 믿고 기다리면 타격감을 찾는다고 본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더 기회를 주면서 스스로 살아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천하의 최형우라도 쉬게 해야 한다
반면 천하의 최형우라도 지금으로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는 타순 조정을 통해 4번 타자의 짐을 잠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5번도 여전히 중심 타순이다. 10일 롯데전 같은 경우 3차례 득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걸 다 날려버렸다. 최형우는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
류 감독은 최형우가 스스로 극복하길 기다리고 있지만 최형우는 타석에서 부진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이런 최형우에게 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주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한 경기 정도 선발에서 제외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밖에서 경기를 관전하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도 무홈런에 시달렸던 강타자 푸홀스를 한 경기(5월6일 토론토전) 쉬게 했다. 푸홀스는 다음 경기(7일 토론토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쳤다. 최근 푸홀스는 서서히 타격감을 찾아가고 있다. 푸홀스의 경우를 참고할 만하다.
▶감독의 선택은?
최형우가 계속 부진할수록 류 감독은 더더욱 궁지에 몰린다. 선수 기용의 전권을 갖고 있는 감독으로서 어쩔 수 없다.
류 감독은 검증된 선수가 조금 못해도 계속 기회를 주는 편이다. 최형우가 부진하다고 바로 2군으로 내려보내는 용병술을 쓰지 않는다. 또 최형우를 대신해 2군에서 올릴 대체 거포도 마땅치 않다. 선수를 2군으로 내릴 경우 최소 10일 동안 1군으로 올릴 수도 없다.
최근 삼성은 선발 마운드가 안정을 찾으면서 '지키는 야구'를 하기 시작했다. 팀 분위기가 차츰 살아나고 있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최형우의 부진이 가려질 수 있다. 2군으로 내리지 않고 현상황을 유지하면서 살릴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타순을 좀더 아래로 내릴 수도 있다. 또 한 경기 정도 쉬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