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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롯데 트라우마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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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마무리 오승환(36·삼성)이 다시 무너질 뻔 했다. 오승환은 롯데 중심타자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3번 타자 전준우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1실점했다. 오승환은 8일 부산 롯데전 2-0으로 앞선 9회 마지막 수비에서 2루타 두방으로 1실점하면서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그는 조성환(내야땅볼)과 홍성흔 박종윤(이상 헛스윙 삼진)을 잡아 승리를 지켰지만 이번에도 롯데를 만나 혼쭐이 났다. 오승환은 지난달 24일 대구 롯데전(2대6 삼성 패)에서 전준우에게 홈런을 맞는 등 4안타 2볼넷 6실점해 패전을 기록했었다.

▶오승환도 사람이다, 몰리면 맞을 확률이 높다

오승환은 지난해 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의 놀라운 성적을 냈다. 그의 돌직구는 타자들이 알면서도 못칠 정도라고 했다. 150㎞대의 빠르면서 회전이 많이 걸린 묵직한 오승환의 직구는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모습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오승환이 무결점의 완벽한 마무리를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었다. 실투를 하게 돼 있다. 아무리 좋은 구질의 공이라도 한가운데로 몰리면 맞을 확률이 높았다.

8일 롯데전에서 오승환은 첫 타자 김주찬에게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쏠리면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았다. 전준우는 오승환이 볼카운트 3B2S에서 던진 한가운데 직구를 통타, 사직구장 가운데 담장을 직접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만들었다. 사직 보다 작은 대구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됐을 타구였다. 오승환은 지난달 24일 롯데전 때도 직구가 몰리면서 무너졌었다. 롯데의 깜짝 스타로 오승환 보다 빠른 150㎞ 후반대의 직구를 던지는 최대성도 최근 홈런 3방을 맞았다. 타자들이 집중력을 갖고 가운데로 몰린 공을 노리면 투수가 얻어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전준우 '오승환 킬러' 되나

오승환이 유독 롯데 타자들만 만나면 고전하는 건 왜 일까.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는 매섭다. 8일까지 팀타율 1위(2할8푼8리)다. 누구라도 한방을 칠 수 있는 힘과 정교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오승환 뿐아니라 다른 팀 투수들도 롯데 타선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승환의 간담을 서늘케한 타구를 날린 전준우와 김주찬은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손목 힘이 좋은 선수들이다. 지난해 나란히 타율 3할 이상을 쳤다. 또 이번 시즌에도 타율 3할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준우는 오승환의 킬러라는 애칭이 붙었다. 좌월 솔로 홈런(4월 24일)과 2루타(5월 8일)를 쳤다. 김주찬도 2루타 두개를 쳤다.

▶오승환의 생존법

오승환은 아찔한 상황을 만들었지만 똑같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4월 24일 처럼 1이닝도 책임지지 못하고 대량 실점 후 강판되지 않았다. 홍성흔과 박종윤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두 선수의 치고 싶은 의지를 역이용한 게 주효했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홍성흔에겐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슬라이더로, 박종윤에겐 바깥쪽 직구가 통했다. 두 선수 모두 최근 5월 들어 타격감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홍성흔과 박종윤의 타격감이 상승세였고, 실투를 했다면 적시타를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은 롯데전을 통해 또 배웠을 것이다. 스피드 이상으로 컨트롤이 중요했다. 공의 위력을 과신하고 한가운데에 던지면 무너질 수 있다. 컨트롤을 가다듬어야 한다. 또 슬라이더 말고 언제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제2의 변화구를 장착해야 한다. 포수와 좀더 정교한 볼배합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강하게만 가면 부러질 수 있다.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던져 타자를 제압할 수 있어야 진정한 끝판대장이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