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내년 시즌 1군이 어렵다?'
NC 다이노스는 현대판 '외인구단'으로 불린다. 두 차례에 걸친 공개 드래프트를 통해 각 팀에서 방출된 이른바 '루저'들에게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어줬고, 2차 드래프트에서 좀처럼 주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벤치 멤버들을 뽑아 주인공으로 탈바꿈 시켰다. 여기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신예들에게 충분한 실전 기회를 주면서 급성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NC는 7일 현재 퓨처스리그 남부리그에서 13승6패, 6할8푼4리의 승률로 1위를 질주중이다. 북부리그와 합친 총 11개팀 가운데서도 단연 1위다. 여기에 나성범 조평호 이재학 노성호 등이 투타 부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은 "내년 시즌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몇몇 구단들의 내년 1군 진입 반대론이 팀을 더 단단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발점은 똑같다, 경쟁은 우리의 힘
신생팀의 가장 큰 장점은 모두의 출발점이 똑같다는 것이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라는 허황된 자존심을 내세울 수가 없다. 그 자리에 대신 '무한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매 경기 고정 타순을 고집하지 않는다. 선발 로테이션이 있고, 필승 불펜조는 분명 존재하지만 선수 기용의 폭은 당연히 넓다.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답게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다.
마운드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이재학과 노성호다. 두산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던 이재학은 7일 현재 남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1.40), 다승 1위(4승)다. 김상엽 투수코치로부터 배운 컷패스트볼까지 장착, 마운드를 호령하고 있다. 신인 우선 지명으로 뽑힌 노성호는 류현진을 빼다박은 듯한 투구폼과 빠른 직구로 다승(3승)과 평균자책점(1.59)에서 각각 2위에 올라있다.
타선에선 단연 나성범이 돋보인다. 대졸 최대어로 꼽혔던 나성범은 김 감독의 권유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 4할6푼6리에 5홈런 22타점으로 타격 주요 부문을 모두 휩쓸고 있다. 같은 팀의 조평호가 3할6푼으로 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공할만한 성적이다. 김 감독은 "성범이는 NC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고 있다. 빠른 발과 타고난 야구 센스 등 이치로를 연상시킨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4번 타자로 주로 기용되는 조평호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데려왔다.
4명의 선수는 다양한 채널(신인 우선지명, 1차 드래프트, 2차 드래프트)을 통해 영입했다. 올 시즌이 끝난 후 NC는 8개팀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즉시 전력감 8명을 수혈할 수 있고, 우선지명과 드래프트를 통해 좋은 선수를 선점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팀과는 달리 용병 4명 보유에 3명까지 기용할 수 있다.
1군 데뷔 첫해부터 최상위권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NC의 1군 진입을 반대하는 몇몇 팀들이 내세우는 리그 수준 저하는 말 그대로 구차한 이유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절박함의 끝에서 희망을 쓰다
NC 선수들의 진지함과 경기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김 감독은 "배우고자 하는 열의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내년 몇몇 팀들이 우리의 1군 진입 반대에 대해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며 더욱 똘똘 뭉치고 있다"고 전했다,
프런트의 지원도 남다르다. 마산구장의 개보수를 통해 어지간한 지방 1군구장보다도 쾌적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TV 생중계를 유치해 좀 더 1군과 비슷한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2군에선 좀처럼 보기힘든 밥차를 통한 배식으로 선수들을 배려하고 있다.
절박함의 끝에서 다시 쓰는 희망, NC 선수들이 펼쳐가는 '인간극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를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야구팬들의 권리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