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좋고 물좋은 강원도는 대표적인 행락지다. 주말만 되면 북새통을 이룬다. 인파가 몰리다 보니 휴식을 위해 찾아가는 길이 '고행길'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이 소요될 때도 종종 있다.
강원 원정을 앞둔 K-리그 팀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먼 강원 원정에 교통체증까지 겹쳐 경기를 치르기 전부터 힘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대도시의 경우 항공, 철도편으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강원도는 버스 외에는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다. 2009년 강원이 K-리그에 처음 참가했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을 몰라 애를 먹는 팀이 적지 않았다. 통상 경기 하루 또는 이틀 전에 떠나는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더러 있었다. 녹록지 않은 긴 이동 거리에 도착하기 전부터 진이 빠져 녹초가 된 채 그라운드에 설 수밖에 없었다. 강원 입장에서는 전력 외에 기대해 볼 수 있는 '홈 이점'이지만 반대의 경우 '생지옥'이 따로 없다. 강릉보다 그나마 가까운 춘천에서 경기가 펼쳐질 때는 사정이 좀 낫다. 그래도 먼 이동거리와 불편한 교통은 여전히 감수해야 할 문제였다.
표정은 제각각이다. 대전과 수원은 행운의 일정을 받아 들었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강릉이 아닌 춘천에서 경기가 열린다. 강릉에서 경기가 열렸다면 이동 거리는 2~3시간 늘어날 수 있었던 만큼, 그래도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경남과 울산은 춘천에 배정이 됐지만, 워낙 먼 이동거리 탓에 고행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항공편을 이용해 김포공항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춘천까지 이동하는 방법이 있지만, 버스를 이용해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다.
광주와 부산, 전남은 울상이다. 휴가철에 제대로 걸렸다. 이들이 강릉까지 이동하는 평균 소요 시간은 6시간을 훌쩍 넘는다. 경기 일정도 하필 주중이 아닌 주말에 모두 배정이 되어 제대로 된 원정 악재를 경험하게 됐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강릉 원정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만하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강릉에 가는데만 7시간이 걸렸다. 올해라고 딱히 다른 수가 있겠느냐"고 털어놓았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