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최근 2~3일 사이에 구단 홈페이지에 분노의 글을 쏟아냈다. 최근 부진한 팀성적은 물론이고 특정 선수와 감독을 지목해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내용은 정도가 지나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열혈팬들의 과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치부하고 넘길 수 있을까.
▶일부 팬들의 반응으로 무시하고 넘길까
삼성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까지 우승, 3관왕에 올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승엽까지 합류했다. 모두가 시즌 전 삼성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다. 삼성팬들의 기대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삼성은 7일까지 22경기를 해 9승13패(승률 4할9리)로 7위를 마크했다. 삼성 밑에는 한화(8승15패)만 있다. 페넌트레이스는 팀당 133경기다. 삼성은 8일부터 롯데와의 3연전을 시작으로 앞으로 11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팬들의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격한 반응을 시기상조라고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삼성이 반등할 힘이 있다고 본다. 지난해 우승 전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게다가 이승엽이 가세했기 때문에 언제라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현재까지 삼성 야구가 한심하다고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이 지난해 우승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선발 차우찬이 무너져 2군으로 갔다. 물샐틈 없이 막았던 중간 불펜 안지만 정현욱 권 혁은 돌아가면서 흔들렸다. 권 혁은 부진과 허리 통증이 겹치면서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팀타율이 6위(2할5푼9리)로 좋지 않았던 삼성 타선이 기복이 심하고 응집력도 떨어진다.
▶채태인의 황당한 실수가 기름을 부었다
중심 타자 최형우와 채태인이 주로 팬들의 입방아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4번 타자 최형우는 22경기에서 단 하나의 홈런도 때리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홈런왕(30개)을 차지했다. 최형우는 시범경기에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하지만 정규시즌 시작과 함께 한 달 이상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다. 살아날 듯 했지만 아직 타율이 1할7푼9리, 7타점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렇게 부진한데도 최형우는 계속 4번 타순을 지키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스스로 알아서 부진을 극복하길 바라며 최형우에게 계속 4번 선발 출전 기회를 주고 있다. 팬들은 이런 기용을 더이상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류 감독이 밀어붙이는 믿음의 용병술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믿음의 야구가 아니라 '공무원 야구'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까지 나왔다.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는데 채태인이 기름을 부었다. 채태인은 6일 대구 한화전 5회 수비에서 프로선수 답지 않은 실수를 했다. 1루수 채태인은 한화 김경언이 친 타구를 잡은 후 여유를 부리며 1루로 걸어갔다. 그 사이에 김경언이 채태인의 실수를 틈타 1루를 먼저 밟았다. 삼성 마운드의 배영수 뿐아니라 삼성팬 모두가 혀를 찰 장면이었다.
5~6번을 친 채태인은 4월에 안 좋았던 타격감이 5월 들면서 살아나고 있다. 타율도 2할5푼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최근 두통을 호소해 2일 두산전 선발에서 빠졌다. 채태인은 2010년 경기 도중 뇌진탕으로 쓰러졌던 아픈 경험이 있다. 팬들은 이런 채태인이 선발로 계속 기용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감독의 용병술에 달렸다
류 감독은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가시돋친 목소리가 무척 아프다. 삼성 구단도 홈페이지 등에 올라오는 팬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류 감독과 선수단을 믿고 있다.
류 감독은 아쉽게 패한 뒤에도 선수 탓을 하지 않는다. 또 기존 부진한 선수들에게 조금 과하다싶을 정도까지 만회할 기회를 준다. 왜냐하면 1군의 주전 선수들은 많은 경험이 있고 이미 기량을 검증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현재 2군 선수들에게 새로 기회를 준다고 해도 1군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뒤따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부진하더라도 계속 최형우 채태인 배영섭 등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팬들은 조급하다. 류 감독에게 최형우 채태인 등을 선발에서 제외시키거나 2군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처음 류 감독이 계속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고 했을 때 팬들도 수긍을 했다. 하지만 최형우가 계속 부진하고, 채태인이 황당한 실수를 하면서 류 감독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팬들의 목소리를 감독이 감내하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