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석에서 만난 프로야구 모 구단 단장은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요즘 가장 겁나는 상대가 넥센이다"고 했다. 이만수 SK 감독은 지난 달 넥센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절대로 히어로즈를 쉽게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의 넥센과 올해의 넥센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 시즌 꼴찌팀 넥센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중심타선에 이택근 한 명이 가세했을 뿐인데 상대팀에 '뒷심이 좋은 팀', '앞서고 있어도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팀'이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화와 함께 꼴찌 후보로 꼽혔던 넥센이 개막 한 달 만에 4강을 노릴만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7일 현재 넥센이 거둔 10승(11패1무) 중 8승이 역전승이다. 지난 시즌에는 51승(80패2무) 중 역전승이 16승에 불과했다. 초반 리드를 내주면 맥없이 무너졌던 지난 해와 팀 컬러가 달라졌다. 넥센이 희망을 얘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 KIA전은 2012년 넥센의 변화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3연전이었다. 넥센은 4일 1-3으로 뒤지던 넥센은 장기영이 2점 홈런을 터트려 3-3 동점을 만들었다. 3회까지 KIA 선발 투수 서재응으로부터 홈런 1개를 포함해 6안타를 뽑은 넥센 타선은 이후 9이닝 동안 3안타에 그쳤다. 8회, 9회 연속으로 선두타자가 출루하고도 득점에 실패했고, 2회, 3회에는 병살타가 나왔다.
5일에는 0-2으로 뒤지다가 8회, 9회 각각 1점씩 뽑아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9회에는 선두타자부터 세 타자가 연속으로 안타(2루타 2개)를 기록했는데도 1점에 그쳤다. 분위기가 넥센으로 흘러갔는데도 결국 연장 10회 무너졌다.
6일에도 넥센의 뒷심은 대단했다. 2-9로 뒤지던 넥센은 8회 4점을 쫓아갔고, 6-10으로 뒤지던 9회 2점을 따라갔으나 역전에 실패했다.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5번 강정호를 6회 이후 일찍 교체한 게 아쉬웠다. 물론, 넥센의 뚝심을 보여준 경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었다. 한편에서는 "저게 전력의 차이다"는 말이 나왔다.
초반 넥센 상승세의 원동력은 안정적인 선발투수진과 타선의 집중력이었다. 팀 타율이 2할4푼대에 머물렀지만 득점권 타율이 3할4푼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7일 현재 득점권 타율이 2할9푼9리로 뚝 떨어졌다. 상대 벤치를 위협했던 매서운 집중력이 풀어진 것이다.
"그래도 지난해와 달라진 것 아니냐"고 자위를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부족한 2%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커 보인다. 혹시나 시즌 초반 성적에 고무돼 마음이 풀어졌다면 다시 한 번 다잡아야할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