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정착된 것은 뉴욕 메츠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기적의 메츠'로 불렸던 지난 1969년 이후다. 당시 메츠의 길 호지스 감독은 에이스 톰 시버를 중심으로 제리 쿠스만, 개리 젠트리, 돈 카드웰, 짐 맥앤드류 등 선발 요원들을 5일 간격으로 등판시키며 페넌트레이스 100승62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4선발 체제가 일반적이었던 당시 호지스 감독의 획기적인 선발 운용 방식은 급속도로 다른 구단에도 전파됐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이 있다. 5인 로테이션이 일반화된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오로지 5명의 선발 투수로 로테이션을 운용한 팀이 딱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다. 시애틀은 당시 162경기를 치르는 동안 오로지 5명의 투수만을 선발로 등판시켰다. 시즌 개막부터 종료까지 5명 이외의 다른 투수들은 선발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제이미 모이어, 라이언 프랭클린, 조엘 피네이로, 프레디 가르시아, 길 메시가 그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32~33경기에 선발등판했으며,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하지만 시애틀은 그해 정규시즌서 93승69패의 호성적을 기록하고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국내에 5인 로테이션 체제가 일반화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인데 시애틀처럼 5명의 선발투수만을 쓴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올시즌초 두산이 2003년 시애틀을 '닮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발 투수 5명 모두 안정적인 모습으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니퍼트, 김선우, 이용찬, 임태훈, 김승회 등 5명이 선발 등판을 하고 있는데, 7일 현재 두산이 거둔 12승 가운데 10승을 합작했다. 선발승 비율이 83.3%로 8개팀중 가장 높다. 또 두산 선발 투수들만이 단 한 번도 구원투수로 등판한 적이 없다. 그만큼 두산이 가장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에이스 니퍼트는 벌써 4승을 올렸고, 김선우도 지난 4일 시즌 첫 승을 올리며 본격적인 승수쌓기에 나섰다. 불펜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 임태훈과 이용찬도 적응을 마친 상황이고, 5선발 김승회 역시 3차례 등판서 합격점을 받았다.
언제까지 지금의 체제가 이어질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등판할 때마다 5이닝 이상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준다면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두산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진욱 감독도 "지금 선발 투수들은 아프지 않는 한 자기 자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조금씩 부진을 보인다해도 선발 기회를 계속 주겠다는 뜻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