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센터백' 임종은(22)은 올시즌 성남 '불패'의 마스코트다.
올시즌 울산에서 이적해 성남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첫 선발 출전한 홈 개막전 상주전에서 K-리그 데뷔 후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었다. 예리한 크로스로 요반치치의 후반 인저리타임 동점골을 도왔다. 1대1로 비겼다. 3월 25일 강원 원정에선 전반 종료 직전 상대 선수의 머리에 코를 부딪히며 코피를 흘렸다. 후반 내내 코를 틀어막은 채 풀타임을 뛰었다. 몸사리지 않는 '코피 투혼'으로 팀의 첫 승(2대0)을 일궜다.
그리고 또다시 5일 제주전에서 그는 '해결사'로 떠올랐다. 후반 9분 홍 철의 퇴장 이후 성남의 분위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후반 32분 제주의 송진형에게 2경기 연속골을 허용하며 이렇게 무너지는가 싶은 순간 임종은의 머리로부터 성남 특유의 근성이 되살아났다. 임종은은 후반 3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성준의 코너킥 직후 돌고래처럼 솟구쳐올랐다. 혼신의 '마수걸이골'은 짜릿한 동점골이 됐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짱가'처럼 위기의 성남을 구했다.
17세 이하 대표팀 출신의 임종은은 촉망받는 센터백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홍정호 김영권 윤석영 오재석 등과 한솥밥을 먹었다. 2009년 왼쪽무릎 부상이 재발하면서 울산에선 좀처럼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2년 가까이 뛰지 못하면서 눈물겨운 '재활'의 시기를 보냈다.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던 박경훈 제주 감독 앞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박 감독님이 대표팀에서 무릎 부상으로 힘들 때 재활을 위해 많이 도와주셨다. 경기 후 인사 못드려서 죄송하다"며 깍듯한 예를 표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이 아낌없는 애정을 표했다. "종은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하고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난다"고 했다. 임종은은 지난 겨울 가장 낮은 상태에서 성남으로 옮겨왔다. 그라운드에 나설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각오로 힘든 동계훈련을 견뎌냈다. 신 감독은 "홍콩챌린지컵에서 희망을 봤다. 황재원이 늦게 오더라도 수비진을 이끌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기대의 200% 이상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선수를 키우는 건 8할이 '바람'이다.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은 시련을 겪으며 오히려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리그 데뷔골에도 감정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 침착하고 담담했다. 욕심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팀에 도움이 돼서 기쁘다. 그걸로 족하다"고 했다. 엘리트 선수 출신으로 태극마크 욕심이 없을 리 없다.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또다시 부름을 받을 수도 있겠죠." 남의 일 얘기하듯 슬쩍 던지는 한마디에서 오히려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코피를 쏟으면서도 쉬지 않았다. 갈비뼈 골절로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에서도 묵묵히 고통을 참으며 뛰었다.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것,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그저 기쁘고 감사했다. 열심히 뛰다보니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고,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 감독의 무한신뢰 속에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 가장 빛났다. 이날 임종은의 동점골에 대해 신 감독은 "뽀뽀해주고 싶다"는 특유의 격한 표현으로 흐뭇함을 표했다. '꽃미남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이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