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포털사이트 구글의 영국사이트(www.google.co.uk)에서 볼턴 원더러스(Bolton Wanderers)를 검색해보면 자동완성 기능으로 3개의 연관검색어가 뜬다.
볼턴 원더러스 포럼, 볼턴 원더러스 페이스북,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청용의 검색어(bolton wanderers lee)다. 영국 현지 볼턴 팬들의 이청용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방증이다. 지난 시즌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볼턴 팬들은 이청용을 경기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7월 오른 정강이 하단 3분의 1 지점의 경골과 비골이 골절됐다.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시즌아웃 진단을 받았다. 에이스를 잃은 볼턴 또한 시즌 내내 강등권을 오가며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이청용이 드디어 복귀했다. 6일(한국시간) 웨스트브로미치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에서다. 이청용이 후반 37분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 모든 볼턴 팬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귀환이라고 할 수 있다. 추가시간 포함 약 15분동안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팬들은 이청용이 공을 잡을 때마다 "청용"을 외치며 그의 복귀를 축하했다.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인터뷰 존에서 볼턴의 감독 오언 코일을 만났다. 이청용에 대한 질문을 건내며 그를 '리(Lee)'라고 지칭하자 미소를 지으며 '청이(Chungy·이청용의 현지 애칭)'라고 되물었다. 이청용에 대한 오언 코일 감독의 애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청용의 몸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그는 3주 동안의 1군 훈련을 소화했고 지난 금요일 리저브매치에서는 70분을 뛰었다. 경기를 뛸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이청용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뛰지 못했지만 좋았다. 잘 뛰었고, 태클과 헤딩도 잘 해냈다. 그가 다시 톱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스토크시티와의 EPL 최종전 출전 가능성에 대해 묻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0개월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이청용에게 높은 신뢰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경기장 밖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이청용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기차에 타자마자 볼턴 팬들은 동양인인 통신원에게 이청용을 보기 위해서 왔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갑자기 악수를 청하더니 이청용의 응원가를 소리높여 부르기 시작했다. 결국 기차 안의 모든 팬들이 이청용의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기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이청용의 이름을 외쳤다. 다음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일일이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볼턴 팬들에게 이청용은 마치 아이돌 스타와도 같았다. 다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인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볼턴은 웨스트브로미치와 2대2로 비기며 승점 35점이 됐다. 승점이 동률이던 QPR이 스토크시티를 꺽으며 승점 37점이 되어 자력으로는 강등권 탈출이 불가능하다. 13일 EPL 최종전에서 스토크 시티에게 무조건 이기고 QPR이 맨시티에게 지기를 바라야 한다. 희망은 있다. 스토크시티전 출전이 유력한 이청용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 팀이 이긴다면 팀을 강등에서 구해낸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기차에서 만난 한 팬은 '다음 경기에서 이청용이 볼턴의 승리를 이끌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다음주 일요일 볼턴의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이유다. 볼턴(영국)=민상기 통신원 chosuntig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