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스플릿시스템의 3분의 1지점에 온 대전의 성적표는 1승9패다. 대전은 지난해 2승으로 강세를 보였던 28일 울산전(0대2 패)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으로 무너지며 패배 숫자를 늘렸다. 15위 인천에 승점 2 뒤진 최하위다. 결과도 그렇지만 내용은 더욱 처참하다. 10경기에서 득점은 단 4골에 그쳤고, 실점은 19점이나 된다. 올시즌 K-리그는 강등제가 시작된다. 1~30라운드까지 16개팀이 홈앤드어웨이로 경기를 치른 후 1~8위 8팀이 그룹A, 9~16위 8팀이 그룹B에 포진한다. 이어 14라운드를 더 치른 후 우승팀과 강등팀을 결정한다. 그룹A에서 우승팀을 가리고, 그룹B의 두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대전은 시즌 개막 전부터 유력한 강등 후보로 꼽혔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더욱 심각하다. 흡사 지난시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강원FC의 전철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강원은 30경기서 3승6무21패(승점 15)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득점은 단 14골에 실점은 45점이나 했다. 지난시즌 강원의 10라운드 성적표는 2무8패였다. 1승9패의 대전과 비슷하다. 이 기간동안 강원은 최순호 감독(현 FC서울 미래기획단장)이 개막 4연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부진의 이유도 비슷하다. 공격진이 득점하는 법을 잊었다. 지난해 강원의 스트라이커 김영후(경찰청)는 단 4골에 그쳤다. 2010년 김영후는 13골을 넣으며 K-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이상하리만큼 골을 넣지 못했다. 이를 뒷받침할 윤준하(인천) 김진용(포항) 서동현(제주) 등도 1~2골을 넣는데 그쳤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공격진의 득점이 전무하다. 최전방 공격수 케빈, 남궁도, 한그루는 부상과 부진을 이유로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기회 자체를 많이 만들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결정적 상황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다.
외국인 선수 농사도 흉작이다. 지난 시즌 강원은 보스니아 출신의 자크미치가 17경기에 출전한 한골도 넣지 못했으며, 크로아티아 출신의 델리치도 외국인 선수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대전은 벨기에 출신의 케빈, 브라질 출신의 레오, 알렉산드로, 일본의 바바 유타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지만, 바바를 제외하고 골 맛을 본 선수가 없다. 그나마 알렉산드로가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이 또한 타 구단 외국인 선수와 비교했을때 만족스러운 활약도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자 유상철 감독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유 감독은 "경기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비를 넘지 못한다. 마지막에 집중력이 떨어지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자꾸 실점을 한다. 공격진도 다양한 실험을 구상하기만 하면 부상으로 나가 떨어지니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강등제는 현실이다. 대전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강등팀을 효과적으로 가리기 위한 스플릿시스템의 의미가 없어진다. 대전의 부활은 남은 K-리그의 재미와도 연결된 부분이다. 유 감독이 어떤 해결책으로 대전의 위기를 돌파할지 지켜보자.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