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는 것도 개그다."
김병만이 지난 25일 삼성그룹과 함께 하는 '열정樂서'의 여섯번째 강사 자격으로 대전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강연을 펼쳤다. 김병만은 강연장을 가득 메운 2200여명의 대학생 앞에서 "전북 완주의 가난한 산골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겪어야 했던 숱한 도전과 실패를 여러분께 들려주기 위해 섰다"는 말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어릴 적 김병만의 집은 가난했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봉제공장에 취직한 누나, 빚 때문에 항상 고개 숙이고 다니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연히 내성적인 성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방송사의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고교동창이 2등을 하는 것을 보며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우선 방송연예과에 진학하려고 대입 준비를 했지만 마네킹처럼 면접장에 서 있다 낙방하고 말았다.
그 후의 도전기는 더 험난했다. 어머니로부터 30만원을 얻어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지만 어느 누구도 키 작고 얼굴 까만 시골 청년에 주목하지 않았다. 처음 찾아간 연기학원에서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고 힘겹게 들어간 극단에서는 허드렛일만 도맡았다. 잘 곳이 없어 무대 위에서 자는 날이 이어졌고 방송국 시험도 번번히 떨어졌다. 연기를 배우고 싶어 한 중견 탤런트의 매니저를 자청, 한 달에 10만원씩 받으며 일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개그콘서트' PD 눈에 띄어 이수근과 함께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7번의 낙방 끝에 2002년 KBS 공채 개그맨 17기에 합격했다.
하지만 관객과 눈만 마주치면 대사를 잊어버릴 정도로 무대 울렁증이 심했던 김병만은 "개그콘서트 '달인'을 통해 무대 울렁증을 극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수도 개그라고 생각하고 무대 위에서 답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거짓말처럼 없어졌고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지금의 스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멘토가 누구인지 묻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김병만은 "찰리 채플린은 정말 닮고 싶은 인물이다. 그래서 SBS '키스앤크라이' 프로그램에서 채플린으로 변장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봉서, 배삼룡, 이주일 같은 희극인이 되고 싶다. 관객들과 호흡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여 대학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한편, '열정樂서'의 다음 강연은 오는 27일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날 강연자로 MBC 김주하 앵커, 삼성전자 원기찬 인사팀장(부사장), 개그맨 김영철이 나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