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22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황진성의 골로 1대0으로 승리했다. 의미가 깊다. 18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애들레이드전 패배를 포함 3연패를 끊었다. K-리그에서도 6위로 올라섰다. 상위권 경쟁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하지만 완전한 반전을 거두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단순히 최근 계속된 하락세를 끊었다고도 볼 수 있다. 진정한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여전히 많다.
▶고무열을 터뜨려라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공격수 고무열이다. 지난 시즌 고무열은 28경기에 나서 10골 3도움을 올렸다. K-리그 신인왕은 이승기(광주)에게 내주었지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 부진하다. 8경기를 뛰었지만 1골도 넣지 못했다. 3도움을 올리는데 그쳤다.
과정은 좋다. 활발한 움직임과 활동량으로 좋은 기회를 만든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기회를 만든 이후 마무리가 아쉽다. 슈팅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시즌 초반 몇 차례 찬스를 놓치더니 계속 마음의 짐이 되고 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선수 본인이 이겨내기를 바라고 있다. "고무열의 골이 안터져 고민이다"고 했지만 계속 출전시키고 있다. 프로인만큼 골이 안들어갔을 때의 심리적 중압감을 이겨내야 진정한 스트라이커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이명주 바람'을 활용하라
포항 선수단에는 이명주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시즌 신인 이명주는 전북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감각적인 패스와 슈팅, 볼 배급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북전만이 아니다. 8일 성남전에서는 교체투입된 뒤 1도움을 기록하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3경기에 나서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황 감독도 "이명주는 기존의 팀 내 미드필더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이 있다. 중용할 생각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명주를 중용하면서 팀 내 건전한 경쟁의 바람이 불었다. 이명주가 1군에서 활약하자 2군 선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언제든지 자신의 실력만 보인다면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찬희 문창진 등 신인 선수들의 의욕이 강하다. 황 감독으로서는 활용할 수 있는 선수 풀이 늘어난 셈이다.
▶외국인 선수들을 장악하라
황 감독은 전북전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3인방(지쿠, 조란, 아사모아)을 선발 명단에서 뺐다. 쓴소리도 날렸다. 황 감독은 "열정이 없는 선수들을 경기에 뛸 자격이 없다. 그럴거면 짐을 싸라"고 했다. 일종의 도박이었다. 외국인 선수들은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북을 상대로 이들을 뺐다는 것은 '차'와 '포'를 빼고 나선 셈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이들은 애들레이드전에서 개인플레이로 일관하며 팀워크에 해를 끼쳤다.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다.
황 감독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황진성이 전반 3분 결승골을 뽑아냈다. 토종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았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외국인 선수들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 축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팀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