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웸블리 구장에 서는 것이다."
홍은아 주심(32)이 은퇴 전 꿈꾸던 밑그림에 색을 칠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열렸다. 홍씨는 지난 20일(한국시각)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회가 발표한 런던올림픽 여자축구 본선 경기를 주관할 주심 12명 명단(부심 24명)에 포함됐다. 남자축구의 경우 주심 16명, 부심 32명이 선발됐다. 남녀축구 주심 28명 중 한국인은 홍씨가 유일하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게됐다. 그런데 장소가 그와 인연이 깊다. 200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6년간 공부했던 영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2005년 9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홍씨는 2010년 2월 영국 러프버러대에서 '한국의 스포츠 정책과정'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더럼대에서 강사로도 활동했다.
그의 주심 선정소식이 안려진 것은 20일. 홍씨는 지난주 FIFA로부터 연락을 받아 영국 입성소식은 먼저 전해들었단다. "그동안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연락을 받아서 정말 기뻤다. 올림픽은 스포츠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더 영광이다. 특히 영국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지난해 말 영국에서 귀국했는데 다시 가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2003년 한국인 최연소 여성 국제심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축구 준결승전,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선정 '올해의 여자 심판', 2010년 잉글랜드 여자 FA컵 결승전, 2010년 유럽축구연맹 19세이하 선수권대회 주심 등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그에게도 심판으로서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남녀 선수나, 심판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서는 것이다. 기회가 딱 한 번 있었지만 여자축구의 한계에 부딪힌 아픈 기억이 있다. 영국 남자축구의 경우 FA컵 결승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그러나 여자축구는 관중동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아스널 에버턴의 FA컵 결승이 노팅엄 포레스트 구장에서 개최됐다. 그는 "2010년 웸블리에 서지 못한게 아쉽다. 그래서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와 올드트래포드(맨유 홈경기장)에 휘슬을 불고 싶은 꿈이 더 간절해졌다. 경기 배정은 내가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에서 축구는 런던 이외 지역에서도 개최되기 때문에 올드트래포드에서도 축구 경기가 열린다. 여자축구는 경기수가 많지 않아 12명의 주심이 최소 2경기에서 휘슬을 분다. 그는 웸블리와 올드트래포드의 중심에 설 날을 꿈꾸고 있었다.
매경기 평균 10㎞이상을 뛰어야 하는 주심에게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 최근에 이화여대, 한양대, 세종대 등에서 강의를 하느라 몸이 두개라도 모자르지만 체력 운동을 결코 빼놓지 않는 하루 일과다. 10년 넘게 노하우가 쌓여 있어 체력 관리에 자신을 보였다. "3개월 남은 시간동안 체력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겠다. WK-리그 경기 주심을 보면서 체력관리는 물론 경기 감각까지 유지하고 있다. 대학 강의도 하고 있지만 다른 때보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더 열심히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7월 19일 런던행 비행기에 오를 홍씨의 밑그림에는 어떤 색이 칠해질까. 웸블리의 푸른 잔디, 올드트래포드의 붉은 열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