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지 않다. 팀이 패배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이대호다웠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 기록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본 진출 후 처음 나온 홈런이라 특별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롯데 시절 무수한 홈런을 쳐도 팀이 졌을 경우 "의미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던 모습과 똑같았다.
이대호는 21일 제2의 홈구장인 호토모토필드 고베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0-4로 뒤지던 4회말 니혼햄 선발 타케다 마사루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측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솔로포를 만들어냈다. 일본 진출 후 17경기, 69타석 만에 터져나온 첫 홈런포. 이대호 본인도, 오릭스 구단도, 경기를 지켜보던 한-일 팬들도 바라고 바라던 첫 홈런이었다.
하지만 기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홈런을 친 후 베이스를 돌면서도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오릭스는 이대호의 첫 홈런포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1대8로 완패하고 말았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닛폰은 이대호가 이날 경기 후 "첫 홈런이 나왔지만 별로 기쁘지 않다. 의미가 없는 홈런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팀이 졌기 때문에 개인 기록에 대한 의미는 필요 없다는게 이대호의 생각이다.
하지만 타격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대호는 이날 홈런 뿐 아니라 1회 우전안타를 치며 팀에서 유일한 멀티히트 기록자가 됐다. 19일 소프트뱅크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3안타 4타점을 올리는 등 타격에서 완연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호는 "홈런도 나왔고 타격 밸런스가 좋아져 안심하고 있다"며 "퍼시픽리그 상대팀들을 다 상대해봤다. 지금부터 진짜 승부다. 이제 치지 못하면 변명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일본 진출 후 처음 나온 홈런인 만큼 오릭스 구단은 좌측 담장을 넘어간 기념구를 이대호에게 챙겨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