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19일 부산 SK전에서 6대3으로 승리하며 올시즌 SK와의 첫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가져갔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선두 SK를 반게임 차로 바짝 추격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위닝시리즈는 단순한 수치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몇년 간 롯데를 괴롭히던 SK에 대한 부담을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양승호 감독은 17일 1차전에서 3대2 승리를 거두고도 "선수들이 SK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크게 점수를 벌릴 찬스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주루사와 실책 등으로 불안한 경기 끝에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양 감독이 그런 생각을 가질만 했다. SK는 지년 몇년 간 롯데의 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롯데는 2008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SK 상대 전적은 5승13패, 6승13패, 7승12패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시즌 양 감독 부임 후에는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8승1무10패로 여전히 열세였다. 로이스터 전임 감독의 유산으로 시원하게 때리고 달리는 야구를 구사하던 롯데가 물샐틈 없는 조직력 야구를 구사하는 SK에는 허점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여기에 정규시즌 성적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난해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준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SK에 2승3패로 패한 충격이 더욱 컸다.
이번 3연전에서도 또다시 악몽이 재현되는 듯 했다. 1차전 신승 후 18일 열린 2차전에서는 불펜진이 무너지며 2대8로 완패하고 말았다. 선수들이 3차전을 앞두고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 양 감독은 2차전 후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SK라고 해서 특별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마음 편하게 먹고 플레이 하라"라고 주문했다. 이번 3연전 뿐 아니라 앞으로도 SK와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련한 맏형 홍성흔 역시 "여유있게 웃으면서 뛰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3차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양 감독은 이번 위닝시리즈의 의미에 대해 "기분 좋은 일이다. 앞으로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향후 SK와 순위싸움을 펼친다거나 포스트시즌에서 만난다고 가정했을 때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평가했다.
홍성흔은 "경기를 치르면 치를 수록 경기를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면서 "SK와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SK의 장점이던 수비, 팀배팅 등에서 우리 선수들이 결코 밀리지 않으며 위닝시리즈를 가져왔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3차전에서 SK 타선을 상대로 3개의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갔다. 6-3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8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는 2루 주자 안정광을 견제사로 잡아내며 승기를 가져왔다. 투수 김사율과 야수들의 약속된 플레이로 만들어진 멋진 작품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