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안건은 위원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무시되기 일쑤다. 반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서아시아의 안건은 일사천리로 통과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최근 벌어진 구시대적 행정 처리의 과정이다.
AFC는 지난 3월말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서아시아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일정을 일주일 앞당긴다는 통보를 받았다. 어이가 없었다. 화가 치밀었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축구연맹은 몰상식한 AFC의 일처리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AFC의 불공정한 행정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프로축구연맹은 AFC에 16강 일정을 일주일 앞당겨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2012시즌 J-리그 일정과 6월 초에 시작되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AFC에서 퇴짜를 놨다. 일본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도 동조했다. 그러나 양국의 안건은 묵살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같은 결정에 따라 K-리그와 FA컵 일정을 정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안건을 무시하던 AFC 경기위원회는 지난 3월 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일정을 일주일 앞당기는 안건의 가부 결정을 묻는 공문을 AFC가맹국에 보냈다. 2월 말 서아시아 팀들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하면서 뒤늦게 일정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 경기 일정을 변동할 경우 FA컵과 K-리그 일정까지 변경해야 하는 대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괘씸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은 AFC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AFC는 서아시아의 16강 일정을 일주일 앞당겼다. 이 결정에 따라 서아시아가 속해있는 A~D조의 16강은 5월 22~23일에 열린다. 반면 동아시아가 속해있는 E~H조는 16강을 5월 29~30일 예정대로 치른다.
AFC의 경기위원은 총 11명. 위원의 국적을 살펴보면 서아시아(중동 포함)가 5명, 동아시아(한국 일본 중국)가 3명, 동남아시아(호주포함) 3명이다. UAE 출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렇다보니 AFC 위원회에서 과반수에 가까운 서아시아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우리가 요청했을때는 듣는척도 하지 않더니 서아시아에서 안건을 내자 바로 처리가 됐다"며 씁슬해 했다. 빈번이 이런일이 발생하지만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 것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어느 국가의 프로연맹이든 AFC나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 항의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각국 축구협회를 거쳐 공문을 보내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연맹의 발빠른 대처로 K-리그의 경기 일정 변동을 막기는 했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AFC의 주먹구구식 행정처리에 쓴 웃음만 나온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