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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무너뜨린 첼시의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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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는 '공포 그 자체'다.

빈 틈이 없다. 리오넬 메시를 축으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베스트11에 포진해 있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년 지휘봉을 잡은 뒤 4년 만에 13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각 리그의 내로라 하는 팀들이 바르셀로나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리그나 군소 컵대회에서 가끔씩 패배를 맛보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서는 가공할 집중력을 선보이며 어김없이 웃었다.

승리의 여신이 오랜만에 바르셀로나를 외면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잉글랜드)가 웃었다. 첼시는 19일(한국시각) 홈구장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가진 바르셀로나와의 2011~201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디디에 드로그바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키면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대회 11경기 만에 처음으로 맛본 패배였다. 바르셀로나가 이겨야만 했던 경기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발표한 경기 분석자료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90분 점유율에서 첼시를 72대28로 압도했다. 슈팅 숫자는 19대4(유효슈팅 6대1)였고, 코너킥 기회도 8대1로 훨씬 많았다. 패스 성공률도 바르셀로나가 93%(814회)로 첼시(76%·158회)를 압도했다. 전후반 90분 내내 첼시 문전을 두들긴 셈이다. 최근 분위기도 확연히 틀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승점 81로 레알 마드리드(승점 85)와 우승경쟁을 펼치는 바르셀로나에 비해, 첼시는 현재 EPL 6위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도 장담하기 힘들다.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 경질로 로베르토 디마테오 수석코치가 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망연자실 했다.

첼시는 '바르셀로나 공략'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디마테오 감독은 최전방의 드로그바까지 수비에 가담하는 '빗장수비'를 바르셀로나전 카드로 들고 나왔다. 톱니바퀴 돌 듯 자연스런 조직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전략이다. 비야스-보아스 감독 체제에서 내분까지 일어났던 첼시가 이를 성공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는 없었다. 그러나 디마테오 감독은 단기간에 조직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려 바르셀로나의 포문을 막아냈다. 메시가 볼을 잡을 때면 순간적으로 수비수들이 달려들어 발을 묶었다.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파워축구는 양념이었다. 몸싸움은 기본이고 파울도 불사했다. 공격 상황에서는 3~4번의 패스에 슈팅까지 연결되는 순간 역습을 선보였다. 드로그바의 결승골로 다이렉트 패스가 이어지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날 그라운드를 적신 '장대비' 변수도 패스를 중시하는 바르셀로나보다 힘을 앞세운 첼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4강 2차전에서도 디마테오 감독의 공략법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바르셀로나는 이미 8강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AC밀란 원정에서 0대0 무승부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안방으로 돌아와 가진 2차전에서 3대1 완승을 거두면서 4강에 올랐다. 1골차 패배로 1차전이 마무리 됐지만, 그동안 홈구장에서 바르셀로나가 보여줬던 득점력을 감안하면 결과는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취임 후 첼시와 맞붙은 세 경기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가 2005년 이후 안방에서 가진 첼시전에서 모두 무승부에 그친 기억도 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결승전 성사로 천문학적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UEFA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할 만하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