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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스나이퍼, '스나이퍼표' 아이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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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스나이퍼가 돌아왔다. 지난 2009년 '마법의 성'을 발표한지 3년 만의 컴백이다. 길었던 공백기, "오로지 음악만 생각하며 지냈다"던 그의 모습은 차분해 보였다.



▶ 'MC스나이퍼표' 아이돌?

MC스나이퍼는 2004년 소속사 스나이퍼사운드를 설립했다. 10여 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아웃사이더 일리닛 리오 등 걸출한 후배들을 만들어냈으니 제작자로서의 노하우가 제법 쌓였을 터. 이번엔 자신만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힙합 가수들을 전문적으로 육성했던 그가 아이돌 그룹을 만들겠다는 것. MC스나이퍼는 "아웃사이더까지는 뮤지션으로 관리했다.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형 동생 사이다. 하지만 그 다음엔 기획사로서 자리를 잡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돌 그룹 제작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선보일 팀은 4년 동안 MC스나이퍼가 직접 트레이닝을 시킨 2인조 그룹이다. 실력적인 부분에선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고, 완벽한 비주얼을 갖추기 위해 트레이너에게 특훈을 받고 있다. MC스나이퍼는 "사실 4년 동안 걸그룹을 만들려 했었다. 그런데 나랑은 잘 안맞는 것 같더라. 올해 안으로 2인조 그룹을 데뷔시킬 예정이다"고 밝혔다.



▶ 이름없는 그녀의 메일

MC스나이퍼는 팬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오프라인 번개를 주최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고민상담도 해주고 팬들이 원하는 것, 노래의 장단점 등에 대한 의견도 묻는다. 공연을 할 때 번개 모임에 왔던 팬들이 목소리를 높여 응원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는다고.

하지만 아리송한 팬도 있다. 10년 동안 메일을 보내는 정체모를 여성 팬이 그 주인공이다. 정기적으로 보내는 메일의 주제는 다양하다. "'유서' 노래를 들었는데 나태해졌다. 강인해져라"는 등 훈계를 하기도 하고 좋은 문구들을 보내주기도 한다.

MC스나이퍼는 "정체가 궁금해 '연락처를 알려달라. 직접 얘기하자'고 답장을 보내보기도 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며 웃었다.



▶ 전설로 남고 싶다

2002년 'BK 러브'로 혜성같이 등장, 힙합 부흥기를 이끌어왔던 MC스나이퍼도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파란만장 가요계에서 10년을 보내며 인생과 인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포 유'를 만들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달 동안 국토대장정을 하기도 했던 그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거제도를 찾았다. 곡을 쓰고 지역 주민들과 술잔도 기울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 생각을 집대성한 앨범이 바로 정규 6집 '풀타임'이다. 총 20곡이 담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할 수 있어'와 '푸시 잇'. '할 수 있어'는 청소년 문제, 취업난 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곡으로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작곡하고 연주에 참여한 노래다. '푸시 잇'은 수많은 불안과 갈등이 있지만 자신의 음악적 소신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밀어부치겠다는 의지를 담은 노래로 일리닛이 피처링 참여했다. 이밖에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주제로 한 '데이빗',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잡 코리아', 고인이 된 친구와 거북이 터틀맨에게 보내는 '레터 투 헤븐' 등이 담겼다.

좀 더 퀄리티 높은 음반을 만들기 위해 직접 피처링 섭외도 했다. 이외수 작가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고, 리아도 만났다. 박완규에게는 장문의 편지도 썼다. "정말 쿨하고 멋지게 열심히 해주셨다"는 설명.

MC스나이퍼는 방송 활동을 마무리하는 대로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공연 일정을 세우진 못했지만 소극장 투어를 생각하고 있다. 그는 "10년간 음악을 하다보니 음반을 파는 것보다 뭔가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록의 전설' 신중현 처럼 전설로 남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멋있는, 힙합하는 형으로 남기 위해 후배들이 시도하지 않는 일도 해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