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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동열, "위기의 4월, 승률 4할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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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이 꼭 내 마음 같네"

광주구장의 하늘 위에는 아침부터 내린 비로 인해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그 하늘을 바라보는 KIA 선동열 감독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 걱정과 고민이 가득차 있다. 한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던 선 감독이 말했다. "저 어두운 하늘이 꼭 4월의 내 마음 같소."

10일 광주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열릴 예정이던 KIA의 홈 개막전이 우천순연됐다. 16년 만에 고향 광주로 돌아온 선 감독의 데뷔경기는 다음 날로 미뤄지게 됐고, 구단이 열심히 준비한 다채로운 개막행사도 무산됐다. 하지만, 선 감독은 우천순연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팀 전력에 구멍이 생긴 상황에서는 차라리 쉬는 편이 낫다는 게 선 감독의 의견. 선 감독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중심타자들도 빠진 데다 선발 로테이션도 고민되는 찰나였는데, 우천 취소는 차라리 호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착찹해진다. 중심타선에서 이범호와 김상현이 부상으로 전력에 빠진데다 외국인 선발 라미레즈도 왼쪽 어깨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바람에 투수 당분간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없게 된 까닭이다. 선 감독은 "4월 한 달간 정말 힘이 들 것 같다. 김상현이 왼쪽 손바닥 골절로 인해 3개월 진단을 받았다. 회복 후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4개월 정도 빠진다고 봐야한다. 라미레즈도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4월 한 달간 로테이션에 못 들어갈 것 같고, 이범호도 4월내 복귀가 어렵다"고 밝혔다. 즉, 이들 없이 4월을 보내야한다는 뜻이다.

선발투수 1명과 클린업트리오를 맡아줘야할 타자 2명이 빠진다는 것은 팀 전력의 3~40%가 감소된다는 얘기다. KIA로서는 무척이나 아쉬운 상황이지만, 다른 팀의 입장에서는 기회다. 선 감독은 "4월에 우리를 만나는 상대팀은 힘이 날 것 같다. 승수를 쌓을 수 있는 기회 아닌가"라며 KIA의 위기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시즌 초반부터 맥없이 끌려갈 수만은 없다. 노련한 선 감독은 위기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밝혔다. 그래서 내건 목표가 '승률 4할'이다. 4월 한 달간 4할로 버틸수만 있다면 5월 이후 팀이 재정비됐을 때 다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 선 감독은 "4월에 승률 5할을 하려면 다른 때 마치 7~8할 승률을 올리는 것처럼 힘이 들 것 같다. 그래서 4월에는 승률 4할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승률 4할을 위한 대책으로 선 감독은 '빅초이' 최희섭을 이날 1군에 불러올렸다. 선 감독은 "박철우 2군 총괄코치에게서 최희섭이 2군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몸상태도 준비가 돼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 최희섭 본인이 시범경기 기간에 선수들에게도 잘못을 사과했고, 마침 김상현도 빠지게 된 상황이라 최희섭의 역할이 필요했다"며 그를 1군에 합류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최희섭은 선 감독을 따로 만나 "그 동안 죄송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고, 선 감독은 "그래 앞으로 잘 해주길 바란다. 실력으로 보여라"고 격려했다.

선 감독은 초반 2연패로 의기소침해 있는 선수단에게 "그라운드에서 편하게 하고 싶은대로 해라. 책임은 감독이 진다"라며 흔들림없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선 감독의 리더십이 위기의 4월을 '승률 4할'로 이끌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