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이면 퇴근 포기합니다."
요즘 한화 구단 프런트 사이에서 비에 약한 청주구장을 두고 회자되는 농담성 '묘안'이이 있다. "휘발유 뿌리고 불질러서 강제로 말리는 방법도 있어요."
한화는 10일 홈 개막전을 시작으로 청주구장 사용에 들어갔다. 청주구장은 지난 시범경기 과정에서 배수시설이 열악한 바람에 찔끔 비에도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홈 개막일인 10일부터 이틀간 비가 예보되는 등 4월 한 달 동안 비가 잦을 것으로 예상되자 한화 구단은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불지르기 묘안이 나왔다. 실제 과거에는 미군부대에서 이같은 방법이 자주 사용됐다는 게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가 내린 후에도 야구를 하고 싶을 때에는 부대 내에 흔한 휘발유로 불을 지르고 땅을 강제로 건조시키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은 공공시설 청주구장에서 절대 응용될 수 없다. 자칫 잘못해 천연잔디까지 불길이 번졌다가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비만 내리면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는 한화 프런트들의 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청주구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들은 10일 홈 개막전 준비를 위해 청주구장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그라운드 흙이 산뜻하게 정비돼 있었던 것이다. 청주시 산하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 직원들의 눈물겨운 고생이 숨어 있었다.
청주구장을 관리하는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은 지난 8, 9일 이틀 동안 사투를 벌여 그라운드 흙을 보강했다. 흙을 모조리 교체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했고, 대신 건조성이 뛰어난 레드클레이(구운 벽돌을 갈아서 만든 특수토양)을 사다가 덧씌웠다. 별도 예산을 투입해 총 18톤에 달하는 흙을 까느라 15명의 인부-직원들이 새벽같이 출근해 어두워질 때까지 진땀을 흘렸다. 공사 기간 짧고 그라운드에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 흙을 뿌리고 다지는 작업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다.
이틀 동안 초스피드 공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청주구장은 한화 전용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유소년과 동호인팀 등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사용한다. 지난달 25일 한화 시범경기 이후 예약된 대관 일정을 거치다 보니 비가 내리지 않고 남은 날짜가 8. 9일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전구장 리모델리 공사가 늦어진 바람에 예정에 없이 청주구장을 빌려줬던 청주시로서는 시범경기 시즌에 청주구장의 진흙탕 문제점이 부각되자 적잖이 억울했다.
그래서 임시방편이기는 하지만 시즌 개막에 맞춰 진흙탕 오명을 덜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게다가 청주구장 담당직원 20명은 4월 한 달동안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언제 비가 그칠지 모르기 때문에 방수포 작업을 위해 귀가도 포기한 상태다.
문화예술체육회관 체육시설과 한은진씨는 "청주구장이 적은 비에도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오성일 홍보팀장은 "음지에서 고생한 청주시 공무원들을 생각하면 개선된 청주구장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감탄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