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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의 강자 동부 윤호영 정규리그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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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놓친 목마름과 갈증이 조금은 해소됐을까.

동부 포워드 윤호영(28)이 당당히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윤호영은 9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총 유효 투표수 80표)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표(64%)를 얻어 14표에 그친 KGC 오세근을 제치고 생애 첫 MVP(상금 1000만원)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번 시즌 혼신을 다 해 뛰었던 모든 선수들이 탐을 내는 상이 바로 MVP다. 그러나 윤호영은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그 순간까지 침착하고 담담했다. 시즌 내내 코트에서 어떤 위기와 기쁨의 순간을 만나더라도 변함이 없던 그 표정이다. 그래도 분명 윤호영의 가슴은 벅차오르고 있었다. "나를 믿어준 감독님과 팀 동료들에게 모두 고맙다. 특히 집에 자주 못들어가고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할 때 윤호영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지난 2008~2009시즌 동부에서 프로에 데뷔한 윤호영은 늘 조용히 제 몫을 다 해왔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한 추승균의 별명 '소리없는 강자'가 후계자를 찾는다면 아마 윤호영이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잔부상과 체력 저하에 시달린 김주성과 상대의 집중 마크를 받은 로드 벤슨을 대신해 팀의 '공격 제 1옵션'으로 내외곽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윤호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팀 기여도에 비해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시즌에도 혜성처럼 등장한 오세근에게 팬과 미디어의 시선이 몰리면서 윤호영의 엄청난 팀 기여도는 시즌 초반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윤호영은 아무런 불평이나 불만없이 묵묵히 자기 할 바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송곳은 자연스럽게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이다. 동부가 이번 정규시즌에서 엄청난 기세로 1위를 질주하면서 그 팀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윤호영의 역량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호영은 공격과 수비, 골밑슛과 외곽슛 등을 가리지 않았고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팀이 필요하다면 뛰고 또 뛰었다.

윤호영의 진가가 드러난 장면이 있었다.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초반 5일 동안 1~4차전을 몰아서 치르게 되면서 가뜩이나 얼마남지 않았던 체력이 모두 방전된 상황.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치른 5, 6차전에서 파울이나 작전타임 등으로 경기가 잠시 멈출 때마다 윤호영은 두 손을 무릎에 짚고 허리를 깊게 숙여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금방이라도 코트에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지만, 다시 경기가 속개되면 윤호영은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적진을 헤쳐나가며 골밑슛을 시도했고, 외곽포를 펑펑 날려댔다. 비록 5, 6차전은 모두 동부의 패배로 끝났지만, 윤호영만은 빛을 뿜어냈다.

윤호영이 받은 MVP는 그런 투혼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윤호영은 "예상치 못하게 MVP를 받게되는 순간 아무 생각도 안들었다. 김주성 선배가 안아줬는데 멍하면서 울컥했다. MVP가 이런 의미구나라고 느끼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감독상은 동부 강동희 감독이 받았고, 신인상은 오세근이 수상했다. 베스트 5로는 양동근과 김태술(이상 가드), 윤호영 김주성(이상 포워드) 오세근(센터)이 수상했고, 식스맨은 이정현(KGC)에게 돌아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