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발 돌풍이 심상치 않다.
제주는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6라운드 대구와의 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두며 리그 1위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2010년 이후 무려 18개월만의 선두 등극이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의미있는 순위다.
개막전 제주는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기업구단 중에는 가장 약한 것이 아니냐는 평을 들었다. 박경훈 감독 스스로도 냉정히 8위권 전력이라는 평을 내렸다. 그러나 속에는 자신감과 독기를 품고 있었다. 근거가 있다. 제주는 동계훈련동안 가진 연습경기에서 가공할 공격력을 보였다. 대학팀을 상대로는 15골을 넣기도 했다. 사간도스와의 경기에서 진 것을 제외하고는 전승을 거뒀다. 새롭게 구성된 베스트11이 초반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공격면에서는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박 감독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인천과의 개막전(3대1 승)부터 제주 공격진은 불을 뿜었다. 6경기에서 13골을 넣었다. K-리그 팀 최다득점을 기록 중이다. 산토스가 고군분투하던 공격진에 호벨치, 자일, 배일환이 가세하며 다양한 색을 더했다. 4인4색 매력을 지닌 공격진은 제주의 자랑이다. 산토스는 창의성과 개인기를, 호벨치는 힘과 높이, 자일은 스피드와 드리블, 배일환은 체력과 다이나믹함이라는 서로 다른 장점을 지녔다. 이들을 묶는 미드필드에는 송진형-권순형 듀오가 자리잡았다. 특히 송진형의 영입은 올시즌 제주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힌다. 기술이 좋은 송진형은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아기자기한 축구를 선호하는 박 감독과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권순형도 강원FC에서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고 있다.
박 감독은 "사실 올시즌 우리팀이 영입한 선수들 중 특급 선수는 없다. 우리 축구와 어울릴 수 있는지 여부를 주로 살펴봤다. 가능성이 많은 선수들이었기에 동계훈련을 통해 열심히 훈련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영입파들의 성공적 적응으로 가동 자원에 여유가 생긴 것도 올시즌 제주가 달라진 점이다. 지난시즌 주전이었던 오승범 강수일 등이 특급조커로 탈바꿈했다. 강원서 영입된 서동현도 고비때마다 출전해 알토란 같은 골을 넣어주고 있다. '무명' 배일환의 성공으로 1.5군 선수들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도 제주의 힘이다.
성적이 좋다보니 팀 분위기도 좋아졌다. 박 감독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박 감독은 "시즌 초반과 팀 분위기를 가장 걱정했다.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이 많아 적응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장 한동진을 중심으로 '올시즌 한번 해보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계속 승전보를 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올시즌 영입된 송진형 서동현 등도 제주 선수단 분위기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박 감독은 아직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아직 초반이다. 한번 1위에 오른 것으로 우리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15라운드가 지나도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그때 목표 수정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의 우려와 달리 제주발 돌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괴력 있는 공격진에 짜임새 있는 미드필드, 그리고 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수비진의 안정감까지 더해졌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어느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제주의 선전으로 올시즌 K-리그 순위표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