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탄천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포항-성남전 직전 만난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외국인 공격수' 지쿠에 대해 "고단수"라고 설명했다. "영리하냐"는 질문에 대한 우회적인 답변이었다.
황 감독은 이날 아사모아의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33분 '루마니아 특급 조커' 지쿠를 투입했다. '신공' 성남을 상대로 1-0 리드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전남전을 제외하고 광주, 부산(2골), 상주전에서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지쿠는 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고'를 쳤다. 후반 35분 고무열의 패스를 이어받아 팀의 2번째골이자 자신의 시즌 5호골을 쏘아올렸다. 문전에서 가장 슈팅하기 좋은 위치로 여유롭게 자리까지 잡아가며 왼발로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침착하고 영리했다.
지난 1월 포항 유니폼을 입은 지쿠는 루마니아 대표팀의 주포다. 2011~2012시즌 불가리아A PFG리그 명문팀 CSKA 소피아에서 활약하며 15경기에서 13골을 뽑아낸 특급 골잡이다. 한때 동유럽 최고의 유망주라는 평가 속에 2004~2005시즌 인터밀란에서 뛰기도 했다. 3라운드 부산전에서 다 된 골에 발을 갖다대며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려 팀의 400승을 날리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이후 작심이라도 한듯 쉴새없이 속죄포를 쏘아올리며 '포항의 보물'로 거듭났다.
지쿠는 올시즌 출전한 5경기 중 무려 4경기(광주 부산 상주 성남전)에서 골맛을 봤다. 부산전 2골을 포함해 5골을 쏘아올렸다. 5경기중 3경기가 교체출전이다. K-리그 공격수 가운데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지쿠의 골 감각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쿠는 축구에 대한 느낌이 좋은 선수다. 폭발적이거나 파워풀하지는 않지만 생각의 속도가 빠르고 허를 찌르는 골결정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쿠를 선발로 넣지 못하는 포지션상, 전술상의 문제일 뿐 능력을 갖춘 선수다. 상황이 되면 투 스트라이커나 원톱으로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전술 운용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경기를 못뛴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프로답게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고단수 조커'의 맹활약에 고마움을 표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