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볼 작품이 많아 좋겠지만 관계자들은 매일매일 피가 마를 지경이에요."
지난달 21일 시작된 지상파 방송3사 수목극 전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승부처가 되고 있다.
첫 방송에서 MBC '더킹 투하츠'(이하 더킹)가 16.2%(AGB닐슨 기준)로, 9.8%와 7.7%를 기록한 SBS '옥탑방 왕세자'(이하 옥세자)와 KBS2 '적도의 남자'(이하 적남)를 누르고 압승을 거두면서 전작인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영광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다.
'옥세자'가 방송 6회만에 '더킹'을 꺾고 왕좌에 오르면서 앞으로 수목극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되고 있다. '더킹'이 뒤로 갈수록 힘 빠지는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데 반해 '옥세자'와 '적남'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 지에도 큰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이 같은 불꽃 경쟁으로 인해 시청자와 제작 관계자 모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매회 어떤 드라마를 봐야 할 지를 놓고 갈등하고 있고, 드라마 관계자들은 시청자들을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한 방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옥세자' '더킹' '적남'이 저마다 독특한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로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과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방송가에서는 '해품달'이 작품성이나 배우들의 연기력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것을 지적하며 시청률 40%를 넘길 드라마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결국 수목극 1라운드에서 상대 드라마들이 얼마나 재미가 없었으면…"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렸다. 지난해 대본 · 연출 · 연기라는 드라마 요소 3박자를 두루 갖췄던 SBS '뿌리깊은 나무'가 20%대 중반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것과 비교하며 대진운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금의 수목극 구도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각기 관심을 끌만한 요소와 차별화된 무기를 갖고 있는 작품들이 동시간대 맞대결을 펼치면서 '출혈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라는 것. 대진운만 좋다면 이들 작품 모두 높은 시청률을 거둘 수 있을 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안방극장에서 대진운이 좋아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KBS1 대하사극은 한 때 따라올 경쟁자 없는 난공불락의 성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MBC가 주말특별기획을 편성한 후부터 부침을 겪고 있다. SBS도 사정은 마찬가지. 9시대에 방영되고 있는 주말극장의 독주 시대가 끝났다. MBC가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을 8시로 옮기고 비슷한 시간에 주말극을 맞불 편성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가 없는 KBS2 주말극은 시청률에 날개를 달았다. '오작교 형제들'에 이어 '넝쿨째 굴러온 당신'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방송3사가 같은 시간대에 드라마를 집중 편성하면서 시청자들은 입맛대로 골라 보는 재미를 얻고 있지만 또 한 편으론 경쟁력 있는 드라마들이 아깝게 사장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