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팀의 대결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 양 팀 감독, 선수 뿐만 아니라 구단 프론트까지도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제철가 형제' 포항과 전남이 벌이는 60번째 '포스코 더비'가 K-리그 팬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K-리그 5라운드 포항-전남전은 이전 59번의 맞대결보다 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팀의 경기가 열리는 포항에는 이날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4월 1일은 포항과 전남의 최대 스폰서인 포스코의 창립 기념일. 하지만 1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포스코는 포항-전남전이 있는 30일 창립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장소도 스틸야드 바로 옆에 있는 포스코 본사 건물이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기념식 후에 자연스럽게 경기장으로 향하게 된다. 스틸야드는 만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마치 포항-전남의 '포스코 더비'가 창립 기념식을 위한 경기인 듯 하다.
포스코에게는 축제지만 막상 경기를 준비하는 두 팀은 전쟁을 앞둔 심정이다. 기념식의 피날레를 장식할 주인공 자리는 단 한팀에게만 허락된다. '리얼 스틸(Real Steel)'이 되기 위한 포항과 전남의 치열한 전투는 그래서 더 흥미롭다.
포항과 전남 모두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못하다. 포항은 지난주 상주전에서 삼 수 끝에 K-리그 통산 400승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시즌 성적이 1승2무1패(승점 5·8위)로 부진하다. 전남도 4라운드 경남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포항과 승점이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9위에 자리했다. 어느 쪽이든 패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두 팀간 온도차는 존재한다. 포항은 졸지에 손님을 불러 잔치를 치르게 됐다. 새로 취임한 장성환 포항 사장은 경기와 행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전남은 포항에 비해 속은 편이지만 '더비'가 주는 압박감에 신경이 날카롭다. 전남 관계자는 "원정경기라 포항보다는 부담감이 적지만 감독님이나 사장님이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다"고 밝혔다.
'리얼 스틸' 제철고 유스 출신들의 자존심 싸움도 관전 포인트다. 전남은 이종호 윤석영 김영욱 주성환 박선용 등 전남 유스(광양제철고) 출신들이 출전을 벼르고 있다. 특히 경남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이종호는 "포스코 더비에서 꼭 골을 넣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포항은 황진성 신화용 고무열 김대호 신광훈 등 포항 유스(포철공고) 출신들의 출전이 유력하다. 특히 2003년 포항에 입단한 이래 10시즌 만에 30-30클럽(30골-30도움) 가입을 노리는 황진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황진성은 지난해 7월 9일 대전전에서 골맛을 본 뒤 15경기 째 득점포가 침묵, 지독한 아홉수(29골 43도움)에 시달리고 있다. '포스코 더비'에서의 골을 넣어 축제의 주인공이 될 꿈을 꾸고 있다. 유스팀 간 신경전도 대단하다. 황진성은 "전남 유스팀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어리다. 패기가 있고 빠르지만 포항 유스 출신 선수들이 더 경험이 많아 유스팀 대결에서 앞설 수 있을 것이다. 기록에는 욕심이 없지만 포스코 더비에서 골을 넣어 팀이 이긴다면 정말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라운드 위는 치열한 전쟁터지만 장외에서는 따뜻한 형제애가 꽃을 피울 전망이다. 포항은 이례적으로 원정팀 전남과 함께 합동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포항과 전남의 유니폼을 반반씩 섞은 하나의 '포스코' 유니폼이 관중석에 자리할 예정이다. 전남도 화답했다. 원정팀이지만 창립 기념일을 위해 전남의 사인볼을 포항에 건넸다. '리얼 스틸'이 되기 위한 포항과 전남의 불꽃튀는 전쟁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