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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145km 김병현, 박찬호와 뭐가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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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언더핸드스로 투수 김병현(33)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제대로 선발투수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목표가 없다. 마운드에서 제대를 공을 던지는 게 목표다"고 했다. 1999년 미국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떠난 후 13년 만에 국내 복귀. 이런 김병현에게 김시진 넥센 감독은 선발을 맡기기로 했다. 김병현과 이택근의 합류로 넥센은 올시즌 투타의 중심축을 얻게 됐다. 김병현이 선발진에 합류하면, 기존 선발요원을 중간계투로 돌릴 수 있어 전체적으로 마운드가 높아진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전은 김병현이나 넥센 모두 의미있는 경기였다. 김시진 감독과 김병현 모두 희망을 가질만한 경기였다.

▶박찬호와 달랐다

1⅔이닝 동안 8타자를 상대해 1안타 무실점 1볼넷 1사구, 직구 최고 시속 145km. 다이나믹한 투구폼, 공격적인 투구로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을 상대하던 김병현의 모습은 여전했다. 첫 등판이었지만 김병현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직구로 상대 타자를 공략했다.

첫 타자인 4번 홍성흔을 볼카운트 1-2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잡은 김병현은 좌타자인 5번 박종윤을 3루수 플라이, 6번 문규현을 2루수 땅볼로 처리, 삼타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첫 이닝을 직구 위주로 끌고간 김병현은 7회말에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체크했다.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좌익수쪽 2루타를 내준 김병현은 왼손 대타 권영준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잇따라 타석에 들어선 좌타자 김문호를 볼넷, 이승화를 사구로 내보내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김병현은 여유가 있었다. 살짝 웃음까지 보였다. 오랜만의 실전 등판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시범경기는 테스트에 불과했다. 김병현은 이어 후속타자 조성환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43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 24개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롯데전에서 3⅓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안타 6개를 내주고 4실점한 박찬호보다 안정적인 투구였다. 박찬호가 어정쩡한 스피드에 무딘 변화구로 통타를 당한 반면, 김병현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씩씩하게 상대 타자를 압박했다. 6회 홍성흔과 박종윤을 상대로 던진 공 8개 모두 직구였다. 제구력이 흔들리고, 본인의 뜻대로 공을 가지 않아 답답한 모습도 있었지만 김병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 거침이 없었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김병현은 라쿠텐 소속으로 지난해 7월 마운드에 오른 후 공식경기 등판 기록이 없었다. 2008년 3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후 3년 가까이 정상적인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라쿠텐에 입단했으나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 3년이 사실상 공백기였다. 김시진 감독이 김병현의 등판 일정에 신중한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 1월 29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처음 공을 만진 김병현은 지난 25일 불펜에서 100개 넘게 공을 던졌다. 어깨 컨디션이 좋다며 본래 예정된 투구수를 넘겼다. 팀의 주축투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김시진 넥센 감독은 향후 일정에 대해 조심스럽다. 그동안 김병현이 부담을 가질까봐 스피드건을 끄고 피칭을 하게 했다.

김시진 감독은 "첫 등판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던진 후 몸 상태가 중요하다"고 했다. 워낙 공백이 길다보니, 등판 후 회복 속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시진 감독은 일단 이상이 없으면 김병현을 2군 경기에 4~5경기 정도 내보내 몸상태를 더 체크해본 뒤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시킬 생각이다. 김 감독은 "최소한 한 달 후에나 정상 등판이 가능하다"고 했다.

▶유니폼이 없네

야구팬들에게 김병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등번호 49번. 그런데 김병현은 29일 등번호 11번이 박힌 선배 이정훈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재미있는 사연이 있었다. 28일 잠실 두산전이 끝나고 넥센 선수단은 유니폼 등 세탁물을 구단 프런트에 맡겼다. 그리고 곧장 부산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김병현의 유니폼이 없었다. 유니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이다. 넥센은 롯데에 양해를 구하고, 김병현에게 투수 최고참인 이정훈 유니폼을 입게 했다. 공식 자료를 보면 김병현은 1m78, 이정훈은 1m82. 김병현에게 롯데전은 아주 특별한(?) 데뷔전이었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