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1~2012시즌 V-리그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대가 컸다. 출발이 좋았다. 하지만 중간에 악재가 버티고 있었다. V-리그 판을 뒤흔들 악재였다. 만고의 노력 끝에 어려움을 극복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 V-리그는 진정 겨울 프로스포츠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했다. 남자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여자부 챔피언결정전만 남겨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잠시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시즌의 문을 열기 전 기대감은 높았다. 지난시즌 관중수는 V-리그가 태동하던 2005년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다. 올 시즌은 더 많은 관중들이 들어찰 것으로 예상했다.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요한(LIG손해보험) 한선수(대한항공) 박철우 가빈(이상 삼성화재) 등 스타 선수들을 앞세웠다.
순위 산정방식을 국제배구연맹의 규정에 맞췄다. 기존 승수제에서 차등승점제로 변경했다.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국제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전세계 리그에선 한국과 이탈리아에만 적용되어 있다. 반대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효과를 기대하고 밀고나갔다.
차등승점제를 도입한 박상설 한국배구연맹 사무총장은 "변화된 제도 변화는 여자부에서 알 수 있었다. 혼전이었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시청률도 저절로 높아졌다. 고무적인 현상이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차등승점제를 겪어본 일부 구단들은 '세트스코어 3대2로 이긴 팀에 승점 3을 주고, 지는 팀에는 승점 1을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흥미유발을 위해 현행승점제가 낫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차등승점제에 반대했던 구단들은 머쓱해졌다. 효과가 컸다.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숨가쁘게 6개월을 달려온 올시즌 정규리그 순위표가 말해준다. 남자부는 6라운드 초반 일찌감치 결정된 반면 여자부는 '춘추전국시대'였다. 마지막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내기 위한 전쟁이 펼쳐졌다. 현대건설, 흥국생명, IBK기업은행의 각축은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팬들을 만나는 경로도 다양화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TV중계가 단 한채널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TV채널 2개, 모바일 앱중계, 인터넷 생중계 등을 하게 됐다. 모든 경기가 실시간 중계됐다. TV시청률의 경우에는 평균 0.45~0.6% 사이를 오갔다. 빅매치는 1%가까이 나왔다. 케이블TV에서 1%는 대박이나 다름없다. 박 총장은 "높아진 인기로 인해 스폰서 유치는 잘 되고 있다. 또 각 구단에서 마케팅이나 홍보도 잘 됐다.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더 많은 관중이 올 것이다. 연맹과 구단은 연고지 유소년 팀 육성에 계속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악재도 있었다. 시즌 중반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사퇴했다. 이어 승부조작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V-리그는 요동쳤다. KOVO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사태 파악과 동시에 신속하게 대책을 세웠다. 자정결의대회도 열었다. 박 총장은 "어떻게 보면 승부조작은 이전 교육을 시켰을 때 일어난 문제다. 역설적으로 돈이 몰리는 곳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연맹의 자정결의 대회를 비롯해 각 구단의 노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검찰과 연맹의 공고한 협조체제 구축도 승부조작을 빨리 마무리지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마땅히 박수받을 일이다. 박 총장은 겸손했다. 그는 "연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총재 부재로 외로운 결정이 많았지만 주변에서 큰 도움을 주셔서 잘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도 V-리그의 노력에 마음을 열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팬들의 발길은 줄어들지 않았다. 정규리그 총관중수는 34만6023명으로 지난시즌 27만9326명을 넘어섰다. 성공이었다. 지난달 12일 벌어진 현대캐피탈-삼성화재전에서 올시즌 한 경기 최다관중(6485명) 기록을 썼다.
또 하나의 성과는 여자부였다. 더 이상 남자부의 들러리가 아니었다. 여자배구를 찾는 관중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시즌 막판까지 계속된 순위 싸움 덕분이었다. 시청률도 높아졌다. 눈에 띄는 점은 여자부 시청률 상승이다. 시즌 초반에는 남자부와 다소 격차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줄어들었다.(그래픽 참조) 박 총장은 팬들의 사랑에 대해 "연맹은 앞으로도 팬심을 잡기 위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민할 것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이 건, 김진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