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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마무리 시대, 성공의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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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많은 감독들은 '용병 마무리'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낸 적이 있다.

한 감독은 "용병을 마무리로 돌려놓으니 어떨 때는 일주일씩 등판 기회가 없을 때도 있더라"며 고충을 호소했다. 비싼 투수를 데려다 놀리는 '효율성' 측면의 문제 제기였다. 크게 이기거나 크게 지는 경기가 이어지면 마무리 투수는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기 어렵다.

선발이 취약해 승률이 떨어지는 팀일 수록 선발을 강화해 리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 능력 있는 용병 투수를 불펜에 방치해 두고 연패를 거듭한다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논리다.

'용병 마무리' 시대가 열렸다. 올 시즌 유독 많다. 두산 프록터, 한화 바티스타, LG 리즈까지…. KIA 선동열 감독도 김진우 한기주 손영민 심동섭 등 캠프 막판 불펜 후보들의 줄 부상 속에 "앤서니를 마무리로 쓸 수도 있다"고 고민했다. 실제 앤서니는 시범경기에서 마무리와 선발로 모두 등판해 테스트를 받았다.

'용병 마무리'. 왜 갑자기 많아졌을까. 우선 삼성의 '오승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7개 구단은 정도가 달랐을 뿐 모두 삼성의 탄탄한 불펜이 부러웠다. 삼성은 오승환을 필두로 최강 불펜을 가동, 이기는 경기를 확실하게 매조지 하며 정규 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거침 없이 내달렸다. 반면,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들은 크고 작은 불펜 난에 허덕였다. 역전패가 잦았다. 우승이나 4강을 위해서는 '뒷문 단속'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던 한 시즌.

여기에 최근 '메이저리그 급' 용병 투수 영입 열풍이 접목됐다. 니퍼트, 리즈, 주키치, 바티스타 등 지난해 이미 검증된 용병에다 탈보트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실력파 신입 용병 투수들이 대거 한국 땅을 밟았다. 8개 구단은 모두 2명의 용병 보유 한도를 투수로 꽉꽉 채웠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마땅치 않은 팀들로서는 확실한 2장의 카드 중 하나를 불펜으로 돌리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고 시속 150km를 넘는 파이어볼러가 많다는 점이 선택을 도왔다. 프록터, 바티스타, 리즈는 모두 마무리의 필수 장착 요건인 불같은 강속구를 보유한 투수들이다.

'용병 마무리'의 연착륙 여부는 두가지. 우선 선발 안정화다. 리드를 잡아 마무리 투수가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을 자주 만들어 내야 한다. 선발이 5회도 못 버티고 무너지는 경기가 이어진다면 훌률한 마무리 투수는 무용지물. 우선 선발진부터 안정시키고 볼 일이다.

두번째 용병 투수를 이끌어 줄 포수의 역할이다. 승부처에서 등판하게 되는 용병 마무리 투수들에게 공 1개의 의미는 선발보다 훨씬 크다. 국내 타자들의 습성이나 장·단점에 대한 분석이 토종 마무리 투수에 비해 떨어진다. 포수의 리드가 중요하다. 흥분하기 쉬운 용병 투수들의 템포를 가라앉혀 차분하게 경기를 이끄는 역할도 포수의 몫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