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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세가 된 김연경 "유럽 모델에게 대시도 받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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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은 대세다. 선풍적인 인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확산됐다. 유럽 여자배구 무대에도 케이팝과 같은 존재가 있다.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 김연경(24·터키 페네르바체)이다. 28일 스포츠조선과 국제전화 인터뷰를 가진 김연경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유럽 최고의 선수가 된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했다. 김연경의 소속팀 페네르바체는 지난 25일 벌어진 2011~2012시즌 CEV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RC칸느(프랑스)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꺾고 구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유럽챔피언에 등극했다. 세 마리 토끼를 잡은 김연경이었다. 우승 뿐만 아니라 대회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왕을 차지했다. 12경기에서 40세트를 소화하면서 총 228득점(세트당 평균 5.7점)을 기록했다. 연예인 부럽지 않은 높은 인기는 남성들의 구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연경은 "팀 동료 선수들을 통해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유럽 남자들이 있었다. 4~5명 정도 된 것 같다. 모델에게도 대시를 받은 적이 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역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김연경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가 됐다. 김연경은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희열을 느꼈다. 우승을 했을 때는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기분이었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결승전을 마치고 팬들, 구단 관계자들과 함께 간단한 식사와 맥주 한잔으로 흥을 냈다. 터키로 돌아오는 전세기 안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고 덧붙였다. 터키에 도착한 김연경은 입이 쩍 벌어졌다. 새벽 시각에도 3000여명의 팬들이 불꽃놀이 등 우승 축제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어느 나라에서도 터키 팬들과 같은 배구의 열정을 볼 수 없다고 하더라"며 높은 여자배구 인기를 부러워했다.

낯선 터키 생활에는 5개월여 만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그럭저럭 지낼 만 하단다. 김연경은 "이젠 혼자 찌개도 끊여먹는 등 요리를 잘한다. 한국식 숙소생활보다 출퇴근의 유럽식 생활이 맞는 것 같다. 다만 가끔 외로운 것만 빼면…"이라며 웃었다. 개인 시간은 대부분 잠으로 떼운다. 한국생활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방법은 '짝', '1박2일' 등 국내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다. 김연경은 "스트레스를 받고 한국에 대한 생각이 날 때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싹 잊고 웃게 된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터키 팬들에게 '킴'으로 불린다. 이름에 관한 해프닝도 있었다. 김연경은 "킴은 터키어로 '누구?'(who)라는 뜻이다. 처음 내 이름을 킴이라고 소개하자 팬들이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선수들은 애매함을 방지하기 위해 김연경을 '연'이라고 부른다.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의 신분은 용병이다.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 최고의 별'로 뜨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김연경은 "선수들과 융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페네르바체와 브라질여자대표팀 사령탑을 겸하고 있는 제 호베르투 감독의 칭찬은 김연경을 춤추게 했다. 김연경은 "감독님이 워낙 강한 신뢰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있을 때 '김연경은 세계적인 선수이니 볼만 잘 올려주면 된다'라는 등의 멘트로 나를 치켜세워줬다.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김연경에겐 세 명의 든든한 멘토가 있다. 소콜로바(러시아)에게는 경기 중 흥분을 자제하는 심리적인 면을 배우고 있다. 톰(미국)에게는 강한 리더십과 리시브 능력을, 파비아나(브라질)에게는 블로킹 능력을 어깨넘어로 터득하고 있다.

터키리그 포스트시즌을 앞둔 김연경의 초점은 이제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에 맞춰졌다. 5월19일부터 27일까지 일본에서 펼쳐질 세계여자예선전에서 런던행 티켓 전쟁을 펼친다. 올림픽 출전은 김연경의 어릴 적 꿈이었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코앞에 뒀던 2008년에는 좌절을 맛봤다. 오른무릎 연골이 찢어져 대표팀에 차출되지 못했다. 김연경은 "올림픽 출전은 항상 마음에 가지고 있다. 기왕이면 메달도 따고싶다"고 했다. 누구보다 자신이 큰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알고 있다. 김연경은 "수많은 배구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부담이 된다. 그러나 당연히 내가 극복해야 할 몫이다. 선배 언니들이 많이 도와줄 것"이라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