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가 슉~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어요."
롯데 신인 내야수 신본기는 정규시즌 개막을 맞기도 전에 벌써부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청주 한화전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를 상대했다. 27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공을 체험했다. 이날 오승환이 상대한 유일한 타자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박찬호와 오승환을 상대로 1타석씩에 들어가 모두 삼진을 당했다. 신인선수가 시범경기에서 최고 투수들의 공을 볼 수 있다는 것, 정규시즌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찬호를 상대했을 때 "변화구가 차원이 틀렸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던 신본기. 이제 갓 데뷔한 신인선수가 체험한 오승환표 돌직구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0-5로 끌려가던 롯데는 9회초 2점을 뽑으며 추격했다. 이날 경기에서 '실전모드' 돌입을 강조했던 삼성 류중일 감독은 5-2로 앞서던 9회 2사 1루 상황서 마무리 오승환을 투입했다. 타석에는 7회말 문규현의 대수비로 들어온 신본기가 들어섰다. 이날 첫 타석이었다.
초구는 가운데 슬라이더였다. 약간 밀리는 느낌이었지만 커트해냈다. 신본기는 "초구 파울이 나올 때는 '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2구째 공은 바깥쪽으로 들어온 146㎞ 직구. 볼 판정이 나왔다. 처음 본 오승환의 돌직구였다. 약간 움찔한 표정을 지었던 신본기. 그래도 "이 때까지는 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오승환이 작심하고 던진 3, 4구째 직구였다. 포수 이정식은 몸쪽 공을 요구했는데 오승환이 던진 직구가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육안으로 보기에 지난해 정규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최고수준의 구위 그대로였다. 신본기는 공이 이미 지나간 뒤에 방망이를 크게 헛치고 말았다. 정신이 확 들었다. 신본기는 "정말 뭔가 슉~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며 오승환의 직구 구위에 혀를 내둘렀다. 삼진 처리를 당한 4구째도 마찬가지. 또 한 번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채 헛스윙을 했다.
신본기는 3, 4구 승부를 떠올리며 "타이밍을 맞추기 너무 힘들었다. 투구폼도 특이한데다 직구의 공끝이 살아서 들어왔다. '아, 이래서 치기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승부에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했지만 신본기에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 됐다. 그는 "아마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공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만날 때는 한 명의 타자와 한 명의 투수일 뿐"이라며 "정규시즌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안타를 치고 말겠다"며 신인답게 투지를 불태웠다.
사실 신본기와 선수단의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인 오후 7시경 부터 연락을 시도했다. 결국 신본기와 연락이 닿은 시간은 밤 10시쯤이었다. 신본기는 정규시즌에서 오승환과 맞대결을 펼칠 날을 생각하며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