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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선희 "아직 이르다는 시선, 스스로 깨뜨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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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는 정말로 편안해 보였다. 까르르 웃음소리, 여유로운 분위기, 특유의 달변에는 봄기운 같은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힘들었고, 괜찮아졌고, 삶을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일 거다. 2008년 남편 안재환을 하늘로 떠나보낸 후 대중들 앞에 다시 서기까지 시간이 꽤 흘렀다. 정선희는 "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더라"고 했다. 삶의 고비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말이었다. "이젠 내 삶에도 기분 좋은 반전이 있을 것만 같아 기대가 크다"는 그녀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이젠 예능 최고참, 만만한 선배가 목표

MBC '우리들의 일밤-남심여심' 코너를 통해 4년만에 지상파 예능 MC로 돌아왔다. 남녀가 성역할을 바꿔 서로의 문화를 체험하는 내용이다. 시청률은 안타깝게도 2%대. "숫자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시작했는데, 너무 마음을 비웠나?"라며 너스레를 떤다. "애초에 경쟁이 안 될 정도로 워낙 불모지였어요. 그런데 어이없게도 멤버들끼리는 정말 재밌어요. 윤정희가 시청률을 보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드라마에선 이런 숫자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웃음) 윤정희, 오만석 같은 새로운 캐릭터가 자리잡으면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몸 쓰는 걸 유독 못한다는데, 남자들의 문화인 조기축구와 낚시에 이어 최근엔 격투기까지 했다. 몸 곳곳이 아직도 뻐근하다. 예전 '여걸식스'는 여기에 비하면 '교양 프로그램'일 정도란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어느새 베테랑이 된 후배 신봉선이 든든히 자리잡고 있다. "개그우먼이기 전에 여자인데도, 몸을 아끼지 않는 봉선이를 보면 예뻐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정말 날렵하고 개그 감각이 뛰어나죠. 저는 그 등에 업혀가려고요. (웃음)" 먼 길을 돌아 제자리에 서니, 어느덧 예능 최고참의 위치. 그래서 정선희의 새로운 목표는 '만만한 선배'가 되는 거다. "어떤 프로그램이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20대엔 일 중독일 정도로 강박이 있었죠. 이젠 과정의 미덕과 변수가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그런 유연함에서 웃음도 나오는 거더라고요."

▶힘든 시간도 지나가, 라디오는 인생의 큰 비중

정선희는 '남심여심'에서 여전한 입담과 재치를 뽐냈다. 하지만 그녀의 복귀를 두고 '아직 이르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장난스럽게 "그럼 나는 언제 나오나?"라며 웃음짓더니 "누가 기간을 정해주는 게 아니니 내가 스스로 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상이 저를 거부하는 소리에 몸 사리면서 언제까지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을 학대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사람도 많아요. 저는 그래도 찾아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젠 제 인생과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킬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본의 아니게 '비싼 수업료'를 치르는 동안,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최화정, 이경실, 이영자, 홍진경, 엄정화, 김영철 등 고마운 사람들을 거론하며 정선희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도 가족이 있었구나…." 그녀의 인생관이 바뀌는 데는 라디오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낮 12시에서 밤 12시로 프로그램 시간대를 옮겨온지도 벌써 1년이 됐다. SBS '정선희의 오늘같은 밤' 청취자들은 언제나 그녀의 든든한 '빽'이다. "제 인생의 가장 큰 비중이요? 저는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라디오'라고 말할 수 있어요. 잠들기 전 누군가에게 '내일은 분명 좋아질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또 웃게 만들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설렙니다." 어느 청취자 부부는 15년 동안 정선희의 팬이었다며 사연을 보냈다고 한다. "부부가 동시에 한 여자를 좋아하기가 어디 쉬운 줄 아세요? 저 그런 여자예요. (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