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비가 많은 곳이다. 대체로 일주일이면 평균 2~3일은 흐리다. 때문에 맘먹고 제주 여행길에 올랐어도 궂은 날씨를 만나게 될 확률이 꽤 높다. 과연 비 내리는 제주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체로 여행길에서 비를 만나면 일정에 큰 차질을 빚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비오는 날에도 나름 운치 있는 여정을 꾸릴 수가 있다. 제주의 잘 가꿔진 숲을 찾거나,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도 대안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추억에 남을 일이다. 특히 비에 젖은 현무암 돌담은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전통 흙담이나 도심의 시멘트 담장이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목가적 풍광을 그려낸다. 투박한 제주의 돌담은 주민들의 삶 그 자체다. 돌담 속에서 태어나 돌담 속에서 살다가, 죽어서도 돌담과 연을 맺는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를 찾으면 이처럼 제주, 제주사람들의 기질과 자취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정겨운 돌담 풍광을 접할 수 있다. 하가리(제주)=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제주의 대표적 생활 문화유산 '돌담'
바람 많은 제주에는 돌이 많다. 마침 세찬 바람을 막아줄 만한 것으로는 돌이 최고다. 특히 현무암 돌담에는 많은 구멍이 있어 거센 태풍에도 거뜬하다. 제주에 유독 '돌' 문화가 발달할 수 있는 배경인 셈이다.
현무암 덩어리로 얼기설기 얹어 놓은 듯 한 제주의 돌담은 제주인들의 삶 그 자체다. 초가집의 '축담', 무덤가의 '산담', 가축의 출입을 막고 밭경계를 구분하는 '밭담', 목장의 울타리인 '잣성', 읍성을 둘러싼 '성담', 왜구의 침입을 대비해 쌓은 '환해장성' 등 돌담은 제주사람들의 일상과 뗄 수 없는 삶의 의지 처다.
마침 제주를 찾은 3월 하순, 봄비가 세차게 내렸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정겨운 담장, 봄비에 젖은 현무암 돌담은 유독 촉촉했다. 그 차분함에선 처연함 마저 느껴졌다. 돌틈사이 빗물에 녹아 스며 있을 제주의 사연들…. 구멍 송송 뚫린 올레담장은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았을 제주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굴곡진 세월 속에 맺힌 한(恨)이 함께 배어 있는 살아 있는 역사다.
◆돌담이 예쁜 애월읍 하가리
예전 제주에는 아름다운 돌담이 지천이었다. 웬만한 마을 고샅길에도, 채마밭에도, 무덤가에도 정겨운 돌담이 둘러쳐져 있었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월 속에 그 모습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제주도에서 돌담의 아름다운 원형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는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下加里)를 꼽을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서쪽으로 1132번 도로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만나는 하가리는 고려시대부터 화전민이 모여 살았던 내력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어디를 가나 돌담이다. 길도 밭도 집도 통시(전통 화장실)도 온통 돌담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돌담이 온 동네를 에워싸고 있어 '잣동네'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하가리는 제주올레 15코스(한림항-고내포구) 중 한 곳으로 제주의 속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돌담길의 미학을 담고 있는 나지막한 올레 담과 담장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길에는 제주 전통 초가와 텃밭(우영), 안채(안거리), 바깥채(밖거리)가 한데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광을 자아낸다.
마을회관 옆의 큰 길을 따라 걸으면 제법 큼직한 거리길, 이후 잣동네 올레가 펼쳐진다. 올레길에 들어서면 담장 너머 옹기종기 들어앉은 집들의 생김새가 닮아 좀처럼 방향 분간이 안 된다. 하지만 돌담에 낀 이끼, 얽혀 있는 넝쿨의 생김이 제 각각으로 마을 사람들에게는 문패와 다름없다.
하가리 올레는 대부분 꼬불꼬불 굽은 돌담길이다. 여기에는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다. 대문 없는 제주도에서 굽은 올레는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문(門)'의 기능을 했다. 또 담장이 세찬 바람에 직접 맞서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담을 곡선으로 쳤다.
하가리에는 말 방아와 더불어 제주의 전통 초가도 잘 보존돼 있다. 또 제주도에서 가장 큰 연못인 '연화지'가 자리하고 있어 여름이면 연꽃과 수련이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더럭 분교'
동네 어귀에서 뜻밖의 건물과 마주했다. 알록달록 곱게 칠해진 단층 건물이 대번에 학교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처럼 예쁜 건물을 제주 시골마을에서 만난 것은 의외였다. 정말 '색'을 잘 쓴 건물. 그 외관이 무슨 유럽 대도시의 멋진 아트센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애월초등학교 더럭 분교의 모습이다. 더럭 분교는 전통 있는 학교다. 1946년 하가국민학교로 문을 연 이래, 1954년 더럭국민학교로 이름을 바꿨고, 1996년까지 183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을 만큼 제주 서부지역의 대표적 교육기관이었다. 하지만 나날이 학생 수가 줄어 3년 전에는 폐교 기준(20명)보다 적은 16명으로 까지 작아졌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학교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마을기금을 모아 임대 연립주택 10가구를 지어 초등학생이 있는 가구를 유치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신청을 해왔고, 심사를 거쳐 서울과 부산, 인천, 경기, 전북 등지의 10가족이 이주, 학생 수가 올 3월 현재 46명으로 늘었다.
▶하가리에서 만난 해맑은 아이들
교정을 나서던 아이 셋과 마주쳤다. 정종호(6학년)-주호(5학년) 남매와 박민우(6학년) 어린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대뜸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자신들도 지난 1월, 서울 양재동과 경기도 시흥에서 부모와 함께 이사 왔다는 아이들은 "제주도 생활에 대만족"이라며 입을 모았다.
정정호 어린이는 "제주도가 좋아서 이사 오게 됐다. 학교 아이들도, 선생님도 너무 좋아 아주 즐겁다"고 말했다. 여동생 주호 양도 "학교 운동장이 천연 풀밭이고, 학교도, 동네 돌담도 예뻐 좋지만 무엇보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 자유롭다"며 배시시 웃었다. 박민우 학생은 "하가리는 공기도 맑고 자연이 파괴되지 않아 살기 좋은 곳"이라며 짐짓 어른스러운 대답을 내놓았다.
아이들을 마중 나온 정종호 군의 어머니 김정훈씨(42)는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아이들을 때 묻지 않은 환경 속에서 바르게 키우고 싶어 이주하게 됐다"면서 "학교에서도 자연학습, 명상, 전통악기 교습 등 대안학교 이상의 좋은 수업을 실시해 대만족"이라고 했다. 김씨는 "구김살 없이 해맑은 모습을 되찾아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사하기를 잘했다"며 흡족해 했다.
◆제주에서 즐기는 럭셔리 테마 여행
▶글램핑
제주에서 럭셔리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제주신라호텔이 운영하는 '글램핑(Glamping) 존' 이 그것이다. '글램핑'은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 있는 럭셔리 캠핑을 이른다.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자연 속에서 트래킹, 수영, 승마, 보트, 사냥 등의 레포츠를 체험하고 야외 바비큐 디너를 즐긴 후, 편안한 잠자리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호화로운 캠핑'여행이다.
제주신라 '글램핑 존'은 기존 바비큐 존과 차별화한 전략 상품이다. 우선 텐트부터가 다르다. 강한 바닷바람에도 거뜬한 방풍 재질의 카바나형 텐트(40㎡)는 호텔 객실 사이즈로 널찍하다. 텐트 안에는 소파와 탁자, 페치카형 온풍기, 클래식한 외형의 오디오, 건식 풋캐어 사우나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바비큐 만찬도 고급스럽다. 먼저 샴페인 한 잔과 거위 간 테린 카나페 등으로 식욕을 돋운 후 푸짐한 바비큐가 이어진다. 부드러운 꽃등심과 제주산 흑돼지 오겹살, 흑돼지 소시지, 전복구이, 바다가재와 함께 아스파라거스-단호박 등 신선한 야채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바비큐 요리 시에는 요리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식사는 돌솥에 담긴 이탈리아식 해산물 볶음밥, 토마토라면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오후 6시에 입장해 자정까지 이용 가능하며, 텐트 이용료, 애피타이저, 바비큐, 식사와 디저트 포함 어른 10만원, 어린이 메뉴 3만5000원 등이다. 각 1인 기준. 2인 이상 이용이 가능하다. '글램핑&트레킹 패키지'는 2인1실 기준 1박에 34만~47만원(세금-봉사료별도). 2박 이상부터 이용 가능하다. 1588-1142./ 064-735-5114 shilla.net/jeju
▶제주신라호텔 '더 파크뷰' 오픈
제주신라호텔은 지난 23일 호텔 내 3층에 뷔페식당 '더 파크뷰'를 오픈했다. 기존 뷔페 레스토랑 '코지'를 리뉴얼하면서 이름을 서울 신라호텔과 동일하게 변경 한것. 서울신라호텔의 '더 파크뷰'는 해외 유명 매체에서 최고의 뷔페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바 있는 서울신라호텔을 상징하는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메뉴는 서울신라호텔 더 파크뷰 오픈 당시 메뉴 콘셉트와 구성을 담당했던 제주신라호텔 이창열 총주방장이 담당하고 있다. 이 총주방장은 '로컬 푸드'와 '아 라 미니트'개념을 내세우고 있다,'아 라 미니트(a la minute)'란 방금 요리한 신선한 음식을 내방객에게 제공한다는 뜻이다. '로컬 푸드' 또한 신선함의 상징이다.
'로컬 푸드'는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식재료를 넘어 얼마나 가까이에서 직접 기른 야채, 과일, 쇠고기, 돼지고기 인지를 따진다. 이에 따라 채소는 제주의 무릉 지역 등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를 이용하고, 닭고기는 제주에서 길러진 최고급 등급을 사용한다. 횟감도 오전 5시 제주 모슬포 항에서 선별한 활어를 당일 제공받아 요리한다. 바비큐 코너에서는 무항생제 인증된 흑돼지로 요리하고, 밑반찬 김치와 장아찌는 국산 재료를 이용해 주방장이 직접 담가 내놓는다.
이번 더 파크뷰의 리뉴얼 확장은 제주도 내 고객 수요의 급증에서 비롯됐다. 최근 제주도 내 관광객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기존 뷔페 레스토랑인 '코지'에 투숙객뿐만 아니라 인근 호텔의 투숙객들까지 몰리게 된 것, 이에 제주신라호텔은 매장규모를 1128.6㎡(342평), 좌석 수도 374개로 늘렸다. 뷔페 가격은 아침 식사 3만5000원(세금별도), 점심 4만5000원, 저녁식사 7만5000원이다. 제주신라호텔은 더 파크뷰 오픈 기념으로 스위트룸에서 투숙하며 더 파크뷰 디너를 즐길 수 있는 '7days 스페셜 스위트 패키지'도 출시했다.
◆제주 이색 게스트 하우스 '살레 인 제주'
제주시 삼양 검은모래해변에 최근 문을 연 카페& 게스트하우스 '살레 인 제주'가 여행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살레 인 제주'는 제주시 동북부지역 올레코스 및 유명 관광지로의 접근성이 빼어나다. 특히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올레 18, 19코스의 허브지역으로 제주 올레꾼들의 쉼터로도 자리 잡고 있다.
주변 경관이 빼어난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카페 앞에는 드넓은 삼양 검은모래해변이 펼쳐지고, 뒤편은 웅장한 한라산이 병풍처럼 들러쳐져 있다. 뿐만 아니라 낭만적인 일몰 풍광은 '살레 인 제주'의 명물로 꼽힌다. 아울러 인근 갯바위 등에는 낚시꾼들이 모여드는 포인트가 산재해 있어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또 사라봉, 원당봉, 삼양선사민속박물관 등이 지척으로, 다양한 아침산책코스도 함께 아우르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남성, 여성전용 각각 8인실과 가족 및 단체를 위한 룸을 갖추고 있다.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양1동 1940-3 . ◇문의=070-8845-4333 / 064-755-4333(홈페이지 http://salleinjeju.com , 네이버블로그:salleinjeju)
◆여행메모
▶가는 길=◇하가리: 제주공항~노형노타리~1132번 도로~구엄~하가리마을(왼쪽에 하가리 표지 석에서 좌회전)~하가리 마을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