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37·미국)의 모자에 있는 장식은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26일 우즈가 30개월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을 이뤄낸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즈는 18번홀에서 우승 퍼팅에 성공한 뒤 모자를 벗어 갤러리의 환호에 화답했다. 그런데 방송 중계 화면은 우즈의 모자에 있는 노란 오리 장식을 클로즈업했다. 우즈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모자와 셔츠에도 똑같은 장식이 있었다.
알고보니 이는 PGA가 밸형병이 재발한 제러드 라일(31·호주)의 쾌유를 빌기 위해 특별 제작한 핀이었다. 선수들도 병상에 있는 동료의 쾌유를 바라며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 핀을 달고 출전했다.
2004년 투어에 데뷔한 라일은 2012시즌까지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린 무명의 골퍼다. 17세에 발병한 백혈병을 딛고 투어에서 활약해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안긴 바 있다. 결혼에도 성공한 그는 3월 초 첫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백혈병의 재발이었다. 고향인 호주로 돌아갔지만 항암치료도 잠시 뒤로 미뤘다. 첫째의 출산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PGA를 포함한 모든 골프계 관계자들은 이소식을 듣고 안타까워 했다. 특히 라일과 친분이 두터운 호주 출신 로버트 엘런비(41)는 "라일의 재발을 들었을때 정말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병마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그가 어디에 있든 그는 최고로 성공한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계속 그의 상태를 지켜 볼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에 PGA는 라일의 치료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선수들이 노란 오리 핀을 착용한 것도 그에 대한 지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평소 드라이버 헤드 커버 마스코트로 노란 오리를 애용한 라일의 취향을 감안했다.
지난 2년간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다 부활에 성공한 우즈, 그의 롤러코스터 인생처럼 라일도 백혈병을 딛고 다시 투어 무대로 돌아올 날을 기다려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