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주포 황연주(26)는 무릎이 좋지 않다. 2005년 프로무대 진출 이후 수차례 양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수술한 부위는 매일 시큰거린다. 지난시즌을 마치고도 수술대에 올랐다.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나는 체중이었다. 민감해서가 아니었다. 수술 뒤 제대로 재활을 하지 못하고 그랑프리, 월드컵, 아시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잇따라 참가하면서 살이 올랐다. 독이었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점프를 하고 내려온 뒤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자신의 몸무게에 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연주가 선택한 것은 체중 감량이었다. 지난해 여름보다 3~4㎏을 뺐다. 황연주는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니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사실 1~2㎏ 정도 빼려고 했는데 자연스럽게 더 빠지더라"고 말했다. 아픈 무릎을 위한 결단이었다. 웨이트훈련과 단백질 위주의 식단 조절로 체중을 줄였다.
그러나 주위의 우려는 황연주에게 부담이었다. 체중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파워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도 걱정했다. 황연주는 "감독님께서 체력을 걱정하셨다. 또 라이트 공격수는 어느정도 체중을 싣어 파워있는 스파이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했다.
결국 황연주는 기량으로 체중감량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했다. 올시즌 황연주는 25경기에 출전해 442득점을 기록했다. 팀 동료 양효진(483득점)을 기록한 에 이어 국내파 득점 부문 2위에 올랐다. 서브 부문에서도 세트당 평균 0.360개로 황민경(도로공사) 박정아(기업은행)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6일 도로공사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23-24로 뒤지던 4세트에서 승부를 듀스로 이끄는 서브에이스에 이어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끄는 마무리 서브에이스로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황연주는 "체중이 줄었다고 약하게 때리면 그건 황연주가 아니지 않냐"라며 반문했다.
무릎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다. 그러나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겠다는 욕심을 내는 황연주다. "'선수로 뛸 수 있을 때 최대한 뛰어라'고 말한 양동근 울산 모비스 선수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모든 선수들이 부상을 안고 있다. 나도 그 선수 중 한 명일 뿐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