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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연속 끝내기 맞은 임진우 "끝은 또 다른 시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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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기 연속 끝내기 홈런과 안타를 맞았다. 머리 속이 온통 멍했다.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우리 팀이 연패의 늪에 빠졌는데.' 홈 팬들은 극적인 승리에 환호성을 질렀다. '또 내가 경기를 망쳤구나.' 고개를 땅으로 쳐박고 얼빠진 사람 처럼 덕아웃으로 걸어 내려갔다. 이럴 때 복잡 미묘한 속사정을 아는 투수 형들이 가장 먼저 "야, 괜찮아. 시범경기인데 뭘. 기죽지마"라며 위로했다.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등판했다가 상대 타자에게 두 경기 연속으로 끝내기 안타를 내준 투수 이야기다.

삼성 우완 임진우(25)는 22일 넥센, 25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좀체 보기드문 아찔한 경험을 했다. 넥센전(2대3 패)에선 9회말 강정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3일 후 한화전(3대4 패)에선 10회말 연경흠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줬다. 삼성은 시범경기지만 기분 나쁜 5연패를 당했다.

하루가 지난 26일 임진우는 씩씩했다. 그는 "원정 룸메이트인 투수 정현욱 선배님, 안지만 오승환 형들이 괜찮다고 많이 위로를 해주었다"면서 "기분은 나쁜데 이런 일로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했다. 또 새로운 마음으로 던지면 된다"고 했다.

임진우는 실투가 끝내기로 이어졌다고 했다. 강정호에게는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연경흠에겐 슬라이더를 던진게 가운데로 몰려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맞았다.

임진우는 2009년 드래프트 1차 1라운드 5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계약금 1억8000만원을 받았다. 140㎞대 묵직한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지며 당시 선동열 삼성 감독(현 KIA 감독)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올해로 프로 3년차. 짧은 경력이지만 입단 첫 해였던 2010년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9월 4일 롯데 원정 연장 11회말 2아웃 주자 1,3루 상황, 강민호 타석에서 폭투를 해 끝내기 점수를 내줬다. 삼성은 1대2로 지면서 전날까지 5회까지 리드한 53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던 삼성의 '5회 리드시 100% 승리' 기록이 중단됐다. 당시 임진우는 자신의 폭투가 팀에 이런 나쁜 결과로 이어진 걸 몰랐다. 임진우의 볼을 놓쳤던 포수 현재윤이 그에게 "우리가 오늘 제대로 한 건 했네"라고 말을 걸어오자 그제야 대형 사고를 친 걸 눈치챘다. 임진우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가장 안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장면이라고 했다.

임진우는 이번까지 총 3번 끝내기 점수를 내줬다. 흔치 않은 경험을 참 많이 한 셈이다. 그는 "성남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평소에는 전화를 잘 안 하다가 못할 때면 전화를 해주신다. 너무 신경쓰지 말고 평소 처럼 하라고 격려해주신다"고 했다. 임진우는 성남 희망대초 4학년때 당시 코리안 특급으로 통했던 박찬호(한화)를 보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아버지도 임진우가 육상과 배드민턴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말리다가 야구를 하겠다고 하자 허락했다. 아버지는 내심 아들이 박찬호 같은 유명한 투수로 성장하길 내심 기대했다.

임진우는 이제 선발 욕심은 없다고 했다. 안지만 정현욱 처럼 삼성 막강 불펜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선발은 로테이션에따라 던지는 주기가 길다. 나는 매경기 긴장하면서 자주 게임에 들어가는 불펜 투수가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임진우는 프로야구 선수로 평생 기록할 끝내기 점수를 이미 다 허용했는 지 모른다. 앞으로 맞을 매를 미리 당겨 맞았다고 생각하면 홀가분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