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5일, 상암벌에 챔피언 찬가가 울려퍼졌다. 10년 만의 K-리그 정상에 우뚝섰다.
2011년은 시행착오의 한 해였다. 우승 후유증을 앓았다. 사령탑이 시즌 개막 한 달여 만에 사퇴했다. 대행 체제로 한 시즌을 보냈다.
2012년 3월 25일, FC서울이 K-리그 순위표 맨꼭대기에 올라섰다. 15개월 만이다. 대행 꼬리표를 뗀 최용수 감독은 사령탑으로 첫 1위의 기쁨을 누렸다. 시즌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12월까지 갈 길이 멀다. 그래도 1위는 1위다. 3월은 화사했다. 4경기에서 3승1무(승점 10)를 기록했다.
서울은 이날 디펜딩챔피언 전북을 2대1로 꺾었다. 최 감독은 "자정까지 기쁨을 누리겠다"고 했다. 하루가 흘렀다. 26일 1위 소감을 묻자 '현답'이 돌아왔다. "이대로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 호쾌하게 웃었다.
1위 비결은 뭘까. '구리 패밀리'다. 최 감독과 마주 앉으면 '가족'이란 단어가 수시로 나온다. 서울은 겨울이적시장에서 비교적 조용했다. 김진규와 김현성이 친정팀에 복귀했고, 김주영 박희도 정도가 새 얼굴이다. 베스트 11은 큰 변화가 없다. '용병 삼총사' 데얀과 아디, 몰리나는 무늬는 외국인이지만 더 한국적이다.
서울 선수단은 경기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동고동락한다. 개인은 없다. 팀만 존재할 뿐이다. 가족이다. 훈련장에서 티격태격하면서 다투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언제 그런일이 있었느냐듯 화해하며 웃음 꽃이 핀다. 끈끈한 동료애가 최고의 무기다.
최 감독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선수들은 배려와 이해가 몸에 익었다. 36세 최고참 아디는 선수단의 가장이다. 27세인 주장 하대성은 요란하진 않지만 해야할 일에선 빈틈이 없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간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인성이 훌륭한 몰리나는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다.
최고의 양념은 역시 데얀이다. 개막전에서 그는 '태업 논란'에 휩싸였다. 최 감독의 승부수는 독이 아닌 약이 됐다. 달라졌다. 데얀은 4경기에서 1골에 불과하지만 헌신은 상상을 초월한다. 누구보다 많이 뛴다. 몰리나가 5골을 터트린 데는 데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감독은 "데얀은 1인5역을 하는 걸물"이라고 했다. 감독, 주장, 막내, 고참, 분위기메이커 등의 역할을 하며 분주하게 몸을 놀린단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나한테 혼나면 데얀이 괜찮다고 독려하며 자신감을 복돋워준다. 우리 팀의 최고 탤런트"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전과 비주전의 능력 차는 크지 않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11명밖에 설 수 없다. 시즌이 많이 남았다. 반드시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봄'은 일찍 왔다. 한 시즌을 치르려면 위기는 분명히 온다. 4월 1일에는 앙숙이자 최고 라이벌 수원과 맞닥뜨린다. 최 감독은 자신감이 넘친다. "힘든 고비가 올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 때를 대비하고 있다. 선수단이 하나가 돼 있다. 고비가 오더라도 빠르게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다."
훈훈한 가족애가 1위 서울의 힘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