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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개막 선발투수 자격, 한-일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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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이 자주 쓰고 좋아하는 말에 '코다와리'라는 단어가 있다.

직역하면 어떤 일에 구애받는 것이나 고집, 집착 등을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좋지 않은 느낌으로 쓰고 있지는 않다. 그 말은 특별한 의미를 두고 행동하는 것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요리사가 재료의 원산지나 품질에 코다와리를 가지고 만든 요리'라든가 일상 대화에서 '오늘의 패션에는 코다와리가 있다'라는 식으로 쓴다.

야구계에서도 코다와리가 나올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개막전이다. 일본에서는 '개막전은 144경기 중의 한 경기가 아니다'라는 코다와리를 가진 사람이 많다. 특히 개막전 선발투수에 대한 코다와리는 크다.

작년의 경우 일본 12개 구단 중에서 전년도 팀 최다승투수에게 개막전 선발을 맡긴 팀이 6개 구단이었다. 전년도에 10승 이상을 올린 투수까지 확대하면 9개 팀이나 된다. 용병투수가 나온 팀은 주니치 한 팀이었다. 즉, 일본에선 개막전에는 팀의 에이스가 나와야 한다는 '코다와리'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작년 개막전의 경우 KIA, 한화, 삼성이 윤석민, 류현진, 차우찬 등 에이스를 낸 반면 롯데, 두산, LG가 코리, 니퍼트, 리즈라는 새 용병을 선발로 내세우고 SK와 넥센은 글로버, 나이트의 용병을 역시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그같은 한국식 기용법은 전력상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막전에 에이스 투수를 맞대결 시키는 것보다 상대 성적이나 다음 3연전을 생각하고 로테이션을 구성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몸상태도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작년에는 김선우(두산), 김광현(SK), 장원준(롯데)이 개막후 3경기째, 송승준(롯데)은 4경기째에 시즌 처음 선발로 등판했다. 에이스가 개막전에 선발등판 해야한다는 코다와리는 한국에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역시 일본인다운 코다와리를 가진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삼성의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다. 오치아이 코치는 개막전에 대해 이런 철학이 있다. "한국프로야구의 개막전에는 자국의 에이스 다운 투수가 선발등판하는게 당연한 것이고 투수코치로서는 그런 투수를 내는 것이 한국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오치아이 코치는 캠프 때부터 개막전 선발투수를 생각했다. 그 투수가 시즌 첫 경기에 팀을 대표해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관찰을 했다.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에 대한 생각 차이 덕분에 덕을 본 사람도 있다. 2010년 SK의 개막전 투수였던 카도쿠라 켄이다. 그 해 SK는 한화와의 개막전을 며칠 앞두고 류현진이 개막전에 안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개막 이틀 전에 카도쿠라를 개막전 선발로 결정했다. 카도쿠라에 있어서는 2001년 긴테쓰 시절 이후 두번째 개막전 선발투수 경험이었고, 한국무대에선 첫 개막전 투수라는 것에 대해 아주 기뻐했다.

일본은 3월30일, 한국은 4월7일 개막전이 열린다. 개막전에서 드러날 이른바 '코다와리'와 전략은 야구를 관전하는 또 하나의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