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클라시코(바르셀로나-레알마드리드전)' '레즈더비(맨유-리버풀전)'와 함께 전세계를 대표하는 '지상 최고'의 라이벌전 올드펌 더비(셀틱-레인저스의 라이벌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연고로 하는 두 팀의 경기가 열릴 때면 지역 경찰들이 총 출동할 정도다. 뜨거운 라이벌 의식 탓에 셀틱과 레인저스의 경기는 항상 전쟁을 방불케 한다. 셀틱 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하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기, 바로 올드펌 더비다.
차두리(32)도 2010년 7월 셀틱에 입단하며 "가장 기대되는 경기가 올드펌 더비"라고 꼽았다. 그러나 그동안 라이벌전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총 8번의 올드펌 더비 출전 기회를 놓쳤다. 부상과 주전경쟁, 아시안컵 차출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올드펌 더비 출전은 셀틱에서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25일(한국시각)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 31라운드 셀틱과 레인저스의 시즌 세 번째 대결. 차두리가 선발 출전으로 올드펌 더비 첫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첫 인연은 달콤한 추억이 아닌 악몽으로만 기억될 것 같다. 차두리는 전반 11분 공격수를 놓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심지어 18분 뒤에는 퇴장까지 당했다.
후반 29분이었다. 레인저스의 수비수 월리스가 스루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돌파를 시도하자 차두리가 팔을 잡아 당기며 넘어트렸다. 단순한 파울로 생각하던 차두리는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주심이 곧장 레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차두리가 파울을 하지 않았다면 골키퍼와 1대1 찬스가 날 것이라 판단한 주심이 주의 없이 바로 퇴장 조치를 내린 것. 차두리는 쓸쓸하게 퇴장했다. 20개월을 기다린 끝에 첫 출전한 올드펌 더비는 이렇게 단 29분만에 끝났다.
셀틱은 후반 12분, 중앙 미드필더 완야마가 거친 태클로 퇴장 당해 9대11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셀틱은 후반에 두 골을 넣으며 추격전을 벌였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레인저스에 2골을 더 허용해 2대3으로 패했다. 사실상 셀틱이 SPL 우승을 확정한 상태에서 열린 경기라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라이벌전에서 패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셀틱은 시즌 전적에서도 1승2패로 열세에 놓이게 됐다.
한편, 기성용(23)은 4경기 만에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25분 교체됐다.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