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FC서울 감독(41)의 화술은 어눌한 듯 보이지만 촌철살인을 자랑한다. 25일 안방에서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와 맞닥뜨렸다.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맞아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의 자존심을 걸었다.
"맞불을 놓는다", "우리가 선제골을 넣으면 역전은 절대로 못할 것이다" 등. 결전을 앞둔 그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배탈로 힘든 한 주를 보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으나 답변은 "경기가 끝난 후 하겠다"며 꼬리를 감췄다. 해피엔딩이었다. 후반 44분 터진 몰리나의 결승골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대구와의 개막전에서 1대1로 비긴 서울은 홈 3연전을 싹쓸이했다. 3연승으로 1위(승점 10)에 올라섰다.
경기 후 배탈이 난 이유를 다시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최용수다웠다. "선수 시절부터 남에게 지기 싫어했다. 전북을 잡기 위해 전복을 너무 많이 먹었다. 내장도 있고 그래서…." 천연덕스러운 말에 두 귀를 의심했지만 '개구쟁이 사령탑'다운 준비된 답변이었다.
최 감독의 '일탈'은 이날도 계속됐다. 몰리나의 극적인 골이 터지자 그는 테크니컬 에어리어(경기 중에 감독이 팀을 지휘하는 벤치 앞 지역)를 박차고 나와 사이드라인을 질주했다. 몰리나의 골세리머니가 전북 골문 뒤에서 이루어져 그곳까지 뛰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환희를 표출하는 것은 그것으로 족했다.
최 감독은 "오늘 자정까지 승리를 즐기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전복을 안 먹으니 이젠 속은 편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승부욕은 다시 타오르고 있었다. 서울은 4월 1일 원정에서 앙숙이자 최대 라이벌 수원 삼성과 맞닥뜨린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5라운드다.
날을 세웠다. 자존심을 긁었다. "검증된 경쟁력 있는 용병을 수급한 수원도 나름대로 뒤처지지 않고 높은 순위표에 올라있다. 다만 우리 선수들과 비교가 되는 게 있다. 우린 모두가 공감대를 갖고 있는 가족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다."
장난기는 또 발동했다. 최 감독은 "내일부터 내가 무엇을 먹겠느냐. 판단에 맡기겠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후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정답은 닭을 먹겠다는 것이다. 닭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푸른 날개)를 폄하할 때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감독 최용수'의 언행은 서울의 양념이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