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골대를 맞추면 진다'는 말이 있다. '골대 징크스'로도 불린다. 완벽한 찬스에서 시도한 슛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할 시 선수들의 압박감은 크다. 골대를 맞춘 뒤 패하는 팀들이 꽤 된다. 팀에 따라 훈련에서 선수들의 슈팅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재미 삼아 '골대 맞추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전까지 '골대 맞추기'가 이어진다면 곤란하다. '골대 불운'이 계속되면 경기 전날 제사를 지내거나 골포스트 옆에 막걸리를 뿌리는 '징크스 털어내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골대를 세 번이나 맞추고도 웃은 팀이 있다. 2012년 K-리그 개막 후 세 경기 동안 무승(1무2패)에 그쳤던 성남 일화다. 25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가진 강원FC와의 4라운드에서 전반전에 한 차례, 후반전에 두 차례 등 총 세 번이나 골대를 맞췄다. 하지만 결과는 2대1 승리였다.
성남 미드필더 김성환이 '골대 맞추기'의 문을 열었다. 성남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34분 아크 정면에서 회심의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쭉 뻗어 나가던 슈팅은 점점 뜨더니 골포스트 중앙을 강타했다. 김성환은 땅을 쳤고, 강원 골키퍼 송유걸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반전에도 성남의 '골대 맞추기'는 계속됐다. 후반 3분 남궁웅이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들어 빨랫줄 같은 왼발슛을 날렸다. 송유걸의 손을 지나간 볼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왔다. 두 골차 리드에 안도하고 있던 성남 벤치에는 불안감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강원이 후반 12분 시마다의 왼발 프리킥골로 추격을 시작하자 상황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골대가 도망가려던 성남의 발목을 잡았다. 문전 정면 노마크 상황에서 한상운이 찬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 나온 것.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지켜보던 신 감독은 쓴 웃음을 지었다. 세 번의 골대 불운만 없었다면 편안하게 끌고 갈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골대 불운 탓인지 신 감독은 경기 종료 전까지 벤치 앞을 서성이며 초조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세 번이나 골대를 맞춰 쉽게 갈 수 있던 경기가 어렵게 흘러갔다"고 혀를 내둘렀다.
성남이 '골대 불운'을 이겨냈다면, 강원은 '골대 불운'에 울었다. 추격이 정점에 이르렀던 후반 37분 웨슬리가 수비수와 경합을 이겨내고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찬 오른발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던 성남 선수들은 웃었고, 두 골을 따라잡은 줄 믿고 환호하던 강원 선수단은 울었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