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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사극, 남자 배우가 버텨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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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뭬야?"를 외치는 궁중 내 여인들의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려운 것인가.

지난해부터 안방극장에 불어닥친 사극 열풍 속에는 가상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독특한 소재 외에도 남성 주도형 구도라는 특징이 자리한다.

'공주의 남자'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로 이어지는 흥행 기록에는 김영철, 한석규, 김수현이라는 남자 배우들의 묵직함이 녹아들어 있다.

'천추태후' '선덕여왕' 등 갑옷을 입고 전장을 누비거나 정사를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지략을 선보이는 여성 사극이 등장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안방극장 사극은 남성이 주도하는 경향이 컸다.

지난해 방영된 '공주의 남자'는 조선시대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대 풀어낸 로맨스 사극이었다. 원수 가문의 남녀가 금기의 사랑을 펼치는 핏빛 로맨스로 화제를 뿌렸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박시후와 문채원이었지만 이들의 달달한 로맨스만으로 이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피비린내 나는 살기 어린 정치적 대결을 수양대군 역의 김영철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감으로써 드라마는 한층 무게감을 더할 수 있었다.

베테랑 중견배우의 존재감은 젊은 연기자들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방송 초반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문채원은 극중 아버지 역의 김영철의 애정어린 충고와 연기 지도 덕분에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도 마찬가지. 세종대왕의 대업인 한글창제 과정에서 벌어진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을 다루며 미스터리를 가미한 이 드라마를 현대적인 감각와 사극 본연의 모습을 적절히 섞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데는 주인공 한석규의 역량이 컸다. 장혁과 신세경이 대사나 발성에서 정통 사극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면 한석규는 다양한 연령층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줬다.

최근 종영한 '해를 품은 달'에서는 김수현이 그 역할을 한 셈이다. 궁중 로맨스 사극을 표방하면서 정치색이 크게 띄지 않은 특징이 있지만 김수현은 드라마가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과 후반부로 갈수록 엉성한 전개로 실망감을 안긴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였다. 더욱이 그는 그동안의 사극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젊은 왕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극이 아닌 경우 대체적으로 남자 배우들이 버팀목이 돼줘야 드라마가 산다. 정치적 내용이 가미된 사극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김수현의 성공을 계기로 연기력이 출중한 젊은 남자 배우들의 사극 도전이 이어질 것인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