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일부 서포터의 그릇된 팀 사랑이 볼성사나운 싸움을 만들었다.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명품구장'은 경기장 폭력의 온상이 될 위기에 처했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대전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4라운드(2대1 인천 승)는 '단두대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강등권에 있는 15위 인천과 16위 대전의 혈투는 흥미진진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마무리는 아름답지 못했다. 경기 후 진짜 피튀기는 '혈투'가 경기장에서 벌어졌다.
경기 종료 후 인천 마스코트인 두루미 '유티'는 퇴장하는 과정에서 대전 서포터스를 향해 손짓을 했다. 특별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최은성 사태'와 '팀의 4연패'로 실망한 대전 서포터스는 자신을 자극하는 행동으로 해석했다. 격분한 대전 서포터 2명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유티를 때려 눕히며 사태는 확대됐다. 대전 선수단이 직접 서포터를 진정시킬 정도로 끔찍한 폭력장면이었다. 이때부터 그라운드는 통제불능에 빠졌다. 흥분한 인천 서포터스가 대전 서포터스를 찾아가 집단 패싸움으로 번졌고, 경찰과 응급차가 출동할 정도로 난장판이 됐다. 일반 관중들은 폭력 사태에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일부 어린이 관중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건 후 인천 프런트와 경비업체, 한국프로축구연맹간 긴급 3자 회의가 진행됐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유티와 인천 관계자가 대전 서포터스를 상대로 사과하며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장점이 악용되었다는 점에서 우려할만 하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유럽식 전용구장'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다. 관중석과 그라운드가 1m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를 자랑한다. 벤치도 관중석 안으로 들어가 있다. 관중석도 K-리그 규모에 맞는 2만300여석으로 최고의 시야를 자랑한다. 최적의 조건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관중이 그라운드에 뛰어들 수 있다. 이날 인천-대전 경기 도중에도 인천의 한 팬이 경기장에 난입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새 경기장 운영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인천 구단의 미흡한 대처는 아쉽다. 당시 현장 보안 요원들은 군중을 통제하지 못한 채 쩔쩔맸다. 물론 인천도 이 점을 우려해 안전요원을 대거 배치했지만 소용없었다. 완충 지대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구단 측에서는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수익사업에는 사기업이 운영하는 경비 인력을 사용하라는 논리였다. 공권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천 구단 측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잘하려고 했는데 경찰 협조를 얻기가 너무 힘들다"며 고개를 떨궜다.
일단 연맹은 월요일까지 현장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철조망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부 서포터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K-리그 팬들이 갖게 된 아름다운 '명품구장'에 흠이 생길 것 같아 아쉽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