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징크스에 또 걸렸다. 하지만 '야도(야구도시)'에 흥행의 씨앗을 뿌렸다.
프로농구 부산 KT가 24일 KGC와의 4강 4차전에서 패하며 올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KT는 3시즌 연속 4강 플레이오프에 만족한 채 구단 사상 두 번째 챔프전 진출의 꿈은 이루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돌이켜 보면 KT로서는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였다. 그 중심에는 최고의 뉴스 메이커였던 용병 찰스 로드가 있다.
KT 프런트 사이에서는 '이제는 말 할 수 있다'처럼 로드에 얽힌 일화가 있다. 로드는 지난 3월 29일 구단에서 이미 퇴출됐었다. 당시 KT는 크리스 알렉산더를 가승인 신청했고, 부상으로 빠진 로드를 대신해 레지 오코사를 불러다가 시즌 막판을 치르는 중이었다. KT는 로드를 퇴출하는 대신 오코사와 알렉산더 중 1명을 완전 대체선수로 영입해 PO를 치를 계획이었다.
선수단과 작별인사를 하고 짐을 싸고 나온 로드는 3·1절 공휴일 때문에 기사회생했다. 로드는 KT에서 벌어놓은 연봉을 인출해 출국하려고 했다.
한데 공휴일이라 국내 은행이 쉬는 바람에 서울의 호텔을 잡아두고 혼자 머물게 됐다. 그 사이 KT의 생각이 바뀌었다. 알렉산더와 오코사 모두 기대 이하인 바람에 로드를 다시 잡기로 한 것이다.
황급히 수소문한 결과 로드가 아직 한국에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는 로드를 다시 불러들이게 됐다. 이렇게 극적으로 수렁에서 건진 로드였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겉으로는 화려했다. 하지만 KGC와의 4강전 2, 4차전 패배 과정을 보면 로드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많다. 최종 기록지 성적만 그럴 듯 했지 매치업에서 밀리는 등 승부를 기울게 하는 보이지 않는 구멍이 로드였다.
이처럼 로드는 올시즌 내내 KT의 골치였다. 시즌 초반부터 퇴출 대상에 오를 만큼 팀 분위기를 흐뜨렸고, KT가 살얼음판같은 전력으로 간신히 버티도록 한 '원흉'이기도 했다. 결국 KT는 로드의 악재를 넘지 못한 채 '강하지만 무섭지는 않은 팀'으로 올시즌을 마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밝은 희망도 봤다. KT는 이제 국내 프로농구에서 강팀의 반열에 올랐다. 전 감독 부임 이후 정규리그에서 2위-1위-3위로 매시즌 상위을 유지하며 4강 단골손님이 됐다. 게다가 KT는 야구 아니면 명함 내밀기 힘들다는 부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올시즌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을 3차례나 수립한 유일한 팀이 KT였다.
KT는 24일 KGC전에서 1만2815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자신들이 세웠던 KBL 사상 최다 관중 기록(1만2693)을 갈아치운 것이다. 지난달 4일 정규리그 최종경기(LG전)에서도 올시즌 정규리그 최단 관중(1만1042명)을 기록했던 KT가 손님 불러모으기에 이렇게 성공할 줄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것도 부산에서 말이다. 프로농구 초창기 최강의 기아 엔터프라이즈(현 모비스)로 뜨거웠던 사직체육관의 열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입증한 것 만으로도 올시즌 KT에겐 커다란 수확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