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미드필더 임선영(24)의 오른발등에는 철심이 박혀있다. 여의도고 3학년 시절 큰 수술을 감행했다. 발등피로골절로 발등뼈 일부분을 제거하고 골반에 있는 뼈를 이식할 때 철심으로 고정을 했다. 그의 13년 축구인생에는 유독 부상이 많았다. 고1 때 왼발목 뼈 제거에 이어 수원대 3학년 때는 오른발목 인대, 4학년 때는 오른발목 뼈 제거 수술을 했다. 임선영은 "이젠 부상에 만성이 됐다. 통증은 있지만 웃으면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 완벽하지 않은 발로 무명의 옷을 벗었다. 24일 부산전(2대1 승)에서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K-리그 데뷔골이었다. 올시즌 무패 행진(3승1무)을 달린 광주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리그 1위(25일 3시까지)로 도약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임선영은 "준비했던 세리머니를 할 정신도 없이 얼떨떨했다"고 했다.
사실 임선영은 '숨은 K-리그 꽃미남'이다. 지난시즌 대세가 된 대표 꽃미남 임상협(부산)과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만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앳된 외모를 지녔다. 임선영은 "상협의 미모에는 따라갈 수없다"며 쑥스러워했다. 구단 관계자도 놀래킨 임선영이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지난시즌 신인왕 이승기나 김동섭이 팬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임선영이 훨씬 많다. 팬 사인회나 팬들에게 선물을 받는 면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고 말했다. 여심을 흔들 외모를 가졌지만 여자친구는 지난해 프로선수가 된 뒤 처음 사귀어봤단다. 임선영은 "지난 21일 내 생일날 여자친구가 미역국과 갈비를 싸다줘 생일을 축하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임선영에게 최만희 광주 감독은 평생의 은인이다. 최 감독이 수원 삼성 2군 감독 겸 수원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7년 임선영은 수원대 유니폼을 입었다. 또 4년이 흐른 뒤 광주 사령탑을 맡은 최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특별함이 없었던 임선영에게 프로선수가 될 기회를 부여한 것이었다.
'결초보은'의 심정이다. 임선영은 보답을 올시즌 제대로 하고 있다. 모래주머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잠자거나 훈련 때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모래주머니를 차고 생활한단다. 임선영은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간다는 주위의 우려에도 계속 차고 있다. 모래주머니를 벗으면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