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는 지난시즌 '철퇴축구'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수많은 상승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중 한 가지 요인은 강한 체력이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중앙 수비수까지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에게 '철퇴'를 날리기 위해선 90분 내내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 필요했다.
'철퇴왕'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이 체력을 일찌감치 괌으로 날아가 완성한다. 29년간의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해외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추운 국내에서 조금 일찍 훈련을 하더라도 이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부상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좀 더 휴식을 부여한 뒤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체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 감독은 체력 회복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격렬한 경기를 치른 뒤 푹 쉴 수 있는 배려도 그렇지만 식단 편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 선수들에게 지친 기색이 보이면 구단 프런트에 스태미나 음식을 요청한다. 전복이 첨가된 연포탕 또는 한우를 주문한다. 특히 지난시즌 포스트시즌 때는 영양제 주사도 맞췄다.
김 감독은 올시즌에도 빠른 체력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과 4월 모두 7경기씩 치러야 한다. 무엇보다 마라냥 박승일 등 믿음직스런 벤치멤버들이 대기 중이지만, 주전멤버들이 계속 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 체력 회복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사안이 됐다. 주포 이근호는 FC도쿄전 이후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며 피곤함을 호소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21일 일본 도쿄 원정에서 돌아온 뒤 곧바로 장어 회식을 가졌다. 김해 공항 인근 장어집을 찾았다. 용병을 비롯해 장어를 먹지 못하는 몇몇 선수들은 양념통닭을 먹었다고.
쉬는 것도 보약이다. 22일 가벼운 오전 회복 훈련을 실시한 김 감독은 오는 25일 대구전까지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지난시즌 초반(2승3패)과 달리 올시즌에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은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K-리그 3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승1무를 기록하고 있다.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울산의 관건은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달려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