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4강 PO 판도 송두리째 흔든 '미친 선수' KT 김현민

by

플레이오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미친 선수'의 탄생이다. 마치 '신데렐라의 등장'과 같은 '깜짝 스타'의 탄생은 단기전의 가장 큰 승부의 변수이기도 하다.

KT 김현민은 매우 매력적인 선수다. 1m99에 탁월한 운동능력을 지닌 그는 단국대 시절부터 주목받던 대형 포워드였다.

문제는 기본기였다. 너무나 좋은 신체조건을 지녔지만, 수비, 드리블, 슈팅 등 기본적인 능력과 농구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때문에 시즌 초반 KT 전창진 감독에게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다.

혹독한 조련을 받은 그는 시즌 막판부터 기용되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KT는 높이가 열세인 팀. 특히 4강 상대인 KGC는 오세근 양희종 등이 버티고 있어 높이에서 압도했다. 때문에 엄청난 탄력을 지닌 김현민의 리바운드 능력이 꼭 필요했다. 문제는 여전히 김현민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큰 무대 경험이 없었고, 살얼음판같은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본기는 여전히 못 미더웠다.

그러나 2연패에 몰린 KT는 여유가 없었다. 22일 부산에서 열린 KGC와 KT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5전3선승제).

주전 포워드 송영진이 2쿼터 초반 파울 3개를 범하며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김현민이 등장했다. 이때부터 미묘하게 승부의 추는 KT로 기울기 시작했다.

24-23으로 앞서있던 KT. 김현민이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어 깨끗하게 속공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기세가 오른 김현민은 또 다시 속공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28-23, 팽팽한 승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KGC가 타임아웃을 부르자 전 감독은 김현민을 잡고 상대 수비의 스크린 피하는 법에 대해 '원 포인트 레슨'을 열정적으로 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김현민을 통해 활로를 봤다는 의미.

김현민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KGC 용병 다니엘스가 3쿼터 5분25초를 남기고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그만큼 골밑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는 의미.

59-51로 앞선 4쿼터 초반 KT 용병 찰스 로드가 멋지게 골밑 패스를 넣어주자, 김현민은 시원한 덩크로 연결시켰다. 뿐만 아니었다. 오세근이 중거리슛을 시도하자, 도움수비를 하던 김현민은 엄청난 점프력을 이용해 블록슛에 성공했다. 결국 양우섭의 속공으로 연결됐다.

급격히 KT로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후 중요한 수비 리바운드까지 따냈다. 김현민 때문에 제공권에서 우위를 차지한 KT는 조성민의 골밑슛과 3점포가 잇따라 터졌다.

70-55, 15점 차. 김현민은 경기종료 3분32초를 남기고 또 다시 블록슛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렸다. 1분 9초를 남기고 김현민이 벤치로 나오자, 부산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KT가 반격의 1승을 거뒀다.

KT는 찰스 로드(19득점, 8리바운드)와 김현민(14득점, 3리바운드, 2블록슛)의 제공권 장악과 조성민(20득점)의 폭발로 KGC를 83대67로 완파했다. 4차전은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KGC는 다니엘스와 양희종이 3쿼터에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에 걸리며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오세근(17득점, 7리바운드)이 분전했지만, 플레이오프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김현민의 등장으로 KT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거센 반격을 할 수 있는 '히든 카드'를 만들었다. 전창진 감독은 "김현민이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잘해줘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고 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