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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된 아들에게 골 선물한 김형일 '군인 아빠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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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남과 상주의 K-리그 3라운드가 열린 창원축구센터. 1-1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후반 11분, 상주의 추가골을 넣은 중앙 수비수 김형일(28)은 엄지를 입에 물었다. 3대2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추가골이었지만 승리보다 더한 기쁨이 있었기 ‹š문이다. 17일은 '김형일 2세'가 세상의 빛을 본지 50일 되는 날이었다. 아들을 위한 골 세리머니였다. 물론 본부석 앞에서 거수경레로 '충성'을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빠이자 군인인 김형일. 포항에서 뛰던 그는 입대를 2개월 앞둔 지난해 12월, 만삭의 아내를 남겨둔 채 상주 상무의 동계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서류상 군인은 아니었지만 2월 13일 입대를 앞둔 예비 군인이었다. 그런데 남해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지난 1월 28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2010년 12월 결혼한지 약 13개월만에 얻은 아들이 탄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만사를 제쳐두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에게 주어진 특별휴가는 단 이틀, 세상에 나온 아들과 출산으로 고생한 아내를 보기에 턱 없이 모자란 시간이었다. 다시 부대로 복귀하는 길, 아내와 아들을 홀로 남겨둬 마음이 무거웠지만 한 가지 다짐을 했단다. "올해 무조건 잘해야 한다."

전훈지로 돌아온 그는 두 사람을 급히 찾았다. 김형일보다 한 달 앞서 득남한 이종민과 득녀한 최효진(이상 29)이었다. 이종민은 둘째를 얻은 베테랑 아빠다. 이때부터 그는 '군인 아빠, 군인 남편으로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군인 아빠 수업이었다.

"아빠가 된 뒤 뭔가 다르다. 더 책임감이 있어지고 다시 결혼한 것처럼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김형일의 마음은 들떴다. 반면 베테랑 아빠인 이종민은 차분했다. 김형일에게 한 마디 충고를 해줬단다. "우리는 와이프한테 미안한 사람들이다. 앞으로 자식한테도 잘해야 하지만 와이프한테 더 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17일 딸 소유를 얻은 최효진은 김형일의 또 다른 멘토다. 용품 담당이다. 최효진은 "나도 초보 아빠라 베테랑인 종민이에게 자주 물어본다. 그래도 형일이보다는 경험이 많다. 그래서 집 온도 조절과 가습기 등 어떤 제품을 쓰는지 가르쳐 주곤 한다. 마치 우리 셋이 모이면 대화하는게 아줌마 같다"며 웃었다. 이종민-최효진과 동갑내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김치우, 김치곤이 "우리는 언제 결혼해서 애 낳고 그러냐"면서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김형일은 자식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내 어릴적 모습과 똑아서 신기하다. 나도 52cm로 태어났는데 키도 나랑 똑같다."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는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축구할때는 자식 얘기를 안하고 축구 얘기만 한다. 바깥에서 잘해야 안이 편한 법이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그들을 뛰게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형일은 "종민이형과 효진이형이 휴가 때마다 애기들이 더 예뻐지고 더 큰다고 하더라. 빨리 휴가를 얻어 집에 가고 싶다." 경남전 승리로 얻은 2박3일의 휴가, '군인 아빠'들에게 꿀보다 더 달콤한 나날이었다. 김형일의 '군인 아빠로 살아가는 법' 학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