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이 밝힌 4번 타자 최형우(29·삼성)의 고민은 타격감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최형우가 시범경기 초반 타격감이 좋아 정작 시즌 시작할 무렵에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류 감독은 이런 최형우의 걱정이 불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형우가 지금 방망이 컨디션이 좋은 건 벌써 본 게임을 할 몸이 만들어졌다는 걸 말하는데 선수 본인이 혹시나 나빠지지 않을까 염려를 한다"면서 "지금 같이 좋은 상태를 계속 끌고 나가서 정규 시즌 개막을 맞으면 된다"고 했다.
최형우는 괌과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실시한 연습경기에서 타율 3할6푼7리를 기록했다. 또 20일까지 시범경기 3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홈런 1개, 3타점)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국내 프로야구는 약 6개월 동안 팀당 총 133경기를 치르는 긴 레이스다. 따라서 투수든 타자든 선수들은 항상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다. 조금씩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대개 선수들은 시범경기 때 너무 잘 하면 정규 시즌 시작과 함께 공교롭게 페이스가 떨어진다는 이유없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롯데 자이언츠가 시범경기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내다가도 시즌 초반 헤매는 것도 비슷한 양상이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 홈런(30개)과 타점(118점)에서 1위를 차지했다. 타율까지 3할4푼으로 2위에 오르면서 이번 시즌에도 삼성 4번 타자 자리에 낙점됐다.
최형우는 2008년부터 슬러거로 주목받았다. 2008년 홈런 19개, 2009년 23개, 2010년 24개, 지난해 30개를 때렸다. 야구판에선 어떤 부문이건 3년 연속으로 좋은 성적을 내야 그 선수가 일정 수준에 올라섰다고 인정한다. 최형우의 현재 나이(29세)와 페이스를 고려할 때 그는 이제 당분간 매 시즌 최소 홈런 20개 이상을 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타율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형우는 지난해 처음으로 타율 3할 벽을 넘었다. 2008년에는 2할7푼6리, 2009년에는 2할8푼4리, 2010년에는 2할7푼9리였다. 최형우는 부상없이 알차게 동계훈련을 마쳤다. 그의 현재 몸상태를 감안할 때 이번 시즌도 지난해와 비슷한 타격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최형우는 오버 페이스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변에선 최형우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