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창간호] 런던올림픽 '새내기에서 베테랑까지'

by

지구촌 최대축제인 런던올림픽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영광과 환희로 가득찰 그 날을 꿈꾸는 국가대표 태극전사들은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누구에게는 마지막이 될, 또 다른 누구에게는 떨리는 첫 경험이 될 올림픽 무대. 태릉선수촌에는 그들만의 각기 다른 목표가 공존하고 있지만 올림픽 베테랑이든 새내기든, 그 꿈의 종착역은 한 곳으로 똑 같다. '런던의 별.'

◇런던에서 태우는 마지막 불꽃

▶장미란='세계를 들어올린 아름다운 손' 장미란(29·고양시청). '한국에 핀 로즈란'이 런던에서 만개할 준비를 마쳤다. 생애 마지막이자 세번째 올림픽 무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목표는 오직 '새로운 기록' 뿐이다. 장미란은 한 때 보유했던 여자 역도 최중량급 합계 세계기록을 지난해 저우루루(중국)에게 내줬다. 저우루루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328kg을 들어올렸다. 장미란의 개인 최고 기록은 326kg을 넘어섰다. 장미란은 "나를 디펜딩 챔피언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도전자다. 경쟁자들이 젊어서 그런지 별로 힘도 안 들이는 것처럼 바벨을 들고 있다. 그러나 나는 경험을 토대로 한 노련미가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은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런던을 마지막 올림픽으로 여기고 있는 듯 하다. "억지로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힘들어하는 모습은 싫다. 새 기록을 세우면 그 순간에 기쁜 마음으로 은퇴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태환=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마린 보이'. 한국 수영의 '살아있는 레전드' 박태환(23)이 런던에서 다시 금빛 물살을 가를 준비를 하고 있다. 박태환은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2007년)와 베이징올림픽, 상하이세계선수권(2011년) 4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나이는 어리지만 올림픽 무대는 벌써 세번째다. 첫 출전이었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부정 출발 실격으로 쓰라린 아픔을 맛봤다. 베이징은 전 세계에 그를 알린 무대가 됐다. 이제는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런던에서 마의 3분40초 벽을 넘어서는 세계신기록에 도전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헤드셋에는 '400m의 전설(Legend of 400m)'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을 만큼 이 종목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가 가는 길이 바로 한국 수영의 역사다. 런던에서 만들어낼 새 역사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윤경신=한국 남자 핸드볼의 산증인 윤경신(39)에게 런던올림픽은 현역생활 마지막으로 참가하는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벌써 5번째 올림픽이다.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지만 실력은 아직도 유럽팀을 상대해도 통할 만큼 손색이 없다. 2m3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거리포는 아직도 공포의 대상이다. 윤경신이 부상없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경우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 남자 대표팀에서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 전력분석관 까지 '1인3역'을 소화하고 있는 윤경신은 "현역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것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국민 여러분께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런던에서 꽃필 희망의 불꽃

▶손연재=2012년 3월 대한민국 리듬체조 국가대표는 단 한명 뿐이다. 18세의 나이에 한국 리듬체조를 어깨에 짊어진 '리듬 체조 요정' 손연재. 그는 지난해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의 사상 최고 성적으로 런던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다섯살 때 처음 수구(후프 볼 곤봉 리본 등 리듬체조에 사용하는 도구)를 잡은 이후 줄곧 꿈꿔왔던 올림픽 무대다. 손연재의 성장속도는 눈에 띌 정도다. 2010년 세계선수권 32위에서 1년만에 21계단을 뛰어 올랐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올림픽 최고의 성적인 12위(신수지·베이징올림픽)를 넘어 최초로 한자릿수 순위를 노리는 것도 '무리한 도전'은 아닐 듯 싶다. 24~25점대를 맴돌던 종목별 점수도 러시아 장기 전지훈련 이후 26~27점대로 뛰어 올랐다. 28~29점대의 정상급 선수들과 진검승부를 하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도약이 필요하다. 손연재는 런던에 입성하기 전까지 '약속의 땅' 러시아에서 담금질에 들어간다. 겁없는 10대에게 '한계'란 넘어야 할 '단계'일 뿐이다.

▶양학선='올림픽 초보'지만 꿈만은 베테랑급이다. 비장의 신기술로 올림픽을 제패할 날을 꿈꾸고 있다. '도마의 신' 양학선(20·한체대)이 여홍철, 유옥렬 등 걸출한 선배들도 이루지 못한 대한민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양학선은 지난해 도쿄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공중에서 3바퀴, 1080도를 비틀어 돌아내리는 난도 7.4의 신기술 '양1'을 선보였다. 금메달은 신기술에 대한 선물이었다. '양1'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한편 라이벌들의 견제에 대비해 3바퀴반(1260도)을 돌아내리는 신기술 '양2'도 남몰래 연마중이다. 지상 최대의 라이벌은 프랑스의 토마 부엘.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2010년 세계선수권자다. 그러나 왼쪽 정강이뼈 골절로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 양학선의 금메달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온몸을 매트에 정확히 꽂는 양학선의 '금빛 착지'에 주목할 때다.

▶신종훈=한국 복싱의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까. 24년간 끊긴 한국 복싱의 금맥을 이어줄 구세주가 나타났다. 라이트플라이급(49㎏ 미만)의 세계랭킹 1위 신종훈(23·서울시청). 첫 올림픽 무대를 향해 도전장을 내민 그의 장점은 빠른 풋워크와 속사포 같은 연타 능력. 덕분에 그는 한국 남자복싱 국가대표 가운데 올림픽 메달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충격적인 결과(8강전 탈락)를 받아 든 그는 2년간 절치부심, 이를 갈고 또 갈았다. 아픔을 딛고 런던에서 사고 한 번 쳐보겠다는 다짐으로 힘든 훈련을 모두 견뎌내고 있다. '꿈의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디는 새내기 답게 마음 속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을 때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그만큼 간절한 목표였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둬 큰 충격을 받았다. 올림픽에서 설욕하겠다는 다짐 뿐이다. 새로운 기회가 생겨서 기뻤고, 하루하루가 설렌다. 주위에서 모두 금메달을 기대하는데 다치지 않고 최대한 즐기면서 하고 싶다." 7월 시상대에 선 그의 목에 걸릴 메달 색깔이 궁금해진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