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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치치 맹활약에 스테보는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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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원 삼성 공격의 핵심은 스테보(30)였다.

시즌 중반이던 7월 수원 유니폼을 입고 고작 13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9골을 넣으면서 염기훈과 팀 내 최다득점을 올렸다.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를 오갔던 경험이 약이 됐다. 2010년 부임 이후 용병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윤성효 수원 감독은 스테보를 앞세워 아시아 정상 등극의 꿈을 꾸기도 했다. 비록 알사드(카타르)의 침대축구에 막혀 꿈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스테보의 2012년은 더 없이 찬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더 이상 스테보를 수원의 중심으로 부르기 힘들어 보인다. 이적생 라돈치치(29)의 활약에 스테보가 좌불안석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성남 일화를 거쳐 수원에 둥지를 튼 라돈치치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개막전 당시만 해도 굼뜬 움직임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그러나 인천전에서 멀티골을 뽑아내면서 신고식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강원FC를 상대로 또 다시 두 골을 넣으면서 단숨에 K-리그 득점 선두까지 치고 올라섰다. 알사드와 난투극 탓에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6경기 출전 징계를 받은 스테보는 관중석에서 라돈치치의 활약을 지켜봐야 했다.

훈련장에서도 스테보의 마음은 편치 않다. 한국어를 못해 통역을 거쳐야 하는 자신과 달리 동료들과 한국어로 자유자재로 소통하는 라돈치치의 모습이 달갑게 보일 리 만무하다. 이웃국가인 마케도니아(스테보)와 몬테네그로(라돈치치) 출신인 만큼 두 선수의 우애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사생활과 축구는 별개다. 팀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해야 한다. 라돈치치를 바라보는 스테보는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스테보는 최근 큰 결심을 했다. 그동안 미루고 있었던 한국어를 배우기로 한 것이다. 수원 관계자는 "본인이 필요성을 느꼈는지 라돈치치 때문인지얼마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훈련도 열심이다. 강원전을 끝으로 AFC 징계가 풀려 윤 감독의 부름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윤 감독은 또 다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라돈치치와 스테보 모두 타깃맨으로 손색이 없는 자원이다. 누가 그라운드에 나서도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투톱으로 설 때 효과는 반감된다는게 대다수의 지적이다. 윤 감독 입장에서는 한창 물이 오른 라돈치치를 빼기도 그렇고, 너무 오래 쉰 스테보를 묵혀 두기도 아깝다. 윤 감독은 "컨디션을 봐가며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정말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웃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